야윈 얼굴에 콧수염 … 백범의 희귀사진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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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는 순간 심장이 뛰고 심박수가 치솟는다.
쉬충마오가 100년 전 한국의 사진에 컬러를 입힌 희귀 사진집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 사진'(서해문집 펴냄)을 출간했다.
권당 9만원,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사진집은 그야말로 '한국인도 본 적이 없는' 한국의 희귀사진들이다.
390장의 사진 가운데 가장 희귀본은 '콧수염을 기른' 백범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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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권총·항일의사 총살 등
일본인이 찍은 사진 사들여
흑백에 컬러 입힌 390점 담아
"흑백사진은 과거에 머물러도
컬러 입히는 순간 현재가 돼"
펼치는 순간 심장이 뛰고 심박수가 치솟는다. '한 장의 사진'이 내재한 본질적인 힘을 전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된 첫 사진은 독립운동가 김성산·이춘근·안순서 의사가 '나무 십자가'에 온몸이 묶여 일본 헌병에게 총살을 당하는 100년 전 실제 사진이다. 프랑스 르몽드지(紙)에도 실렸던 이 사진의 소장자는 대만 사진작가이자 과거 세계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쉬충마오(徐宗懋)다.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만난 쉬충마오는 "눈이 가려지고 손발이 나무 십자가에 묶인 세 의사의 모습은 흡사 종교적 순교자 같다"고 표현했다.
쉬충마오가 100년 전 한국의 사진에 컬러를 입힌 희귀 사진집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 사진'(서해문집 펴냄)을 출간했다. 권당 9만원,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사진집은 그야말로 '한국인도 본 적이 없는' 한국의 희귀사진들이다.
쉬충마오는 "사진집에 실린 한국의 역사적 사진은 일본인 사진작가들이 찍은 것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한국의 굴욕과 광복을 위한 희생, 시대를 수놓은 감동적이고 절절한 꿈을 나타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흑백사진이 아닌 컬러사진이란 점에서 역사는 '오늘'로 다가온다. 390장의 사진 가운데 가장 희귀본은 '콧수염을 기른' 백범의 사진이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이었던 백범을 찍은 근접 사진인데, 쉬충마오는 여기에 색을 입히고 사진을 보정해 현재화했다.
'왜 컬러인가, 컬러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쉬충마오는 "태극기가 흑백일 때와 컬러일 때 어떤 게 더 와닿겠는가"라며 "역사는, 현실은 결코 흑백일 수 없다. 모두가 '나의 역사'라는 걸 인지하기 위해선 컬러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마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1909년 암살했던 권총 사진도 사진집에 수록됐다. 쇠사슬에 묵인 안중근 의사 사진도 그 옆에 나란히 실렸다. 죽음을 앞두고도 두려움 없이 의연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안 의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쉬충마오는 단순한 '앤티크 사진' 수집가가 아니다. 그의 삶은 복잡하다.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분쟁, 미국 리비아 폭격,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 내전을 '몸으로' 취재했다. 그는 1989년 인생의 전환점을 겪었는데, 6월 4일 톈안먼광장에서 두상에 총상을 입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쉬충마오는 1989년 6월 14일 머리에 붕대를 감은 미국 타임지 기사를 보여주기도 했다. 1993년에는 27년간 복역하다 석방된 '인권운동의 상징' 만델라를 직접 만났다.
쉬충마오는 "일본 헌병에게 한국 독립운동가가 총살당하는 사진이 포함된 사진 세트는 가격이 매우 비싸 망설였지만 아내의 허락을 받고 구입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사진집을 되팔아야 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 사간 사람이 사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혼자만 소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사진을 책으로 제작하면 여러 사람들과 공유가 가능하다. 자금이 많이 들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출간된 사진집은 넘길 때마다 특이한 사진이 쏟아진다.
순종의 사냥길에 동행한 이토 히로부미, 일본군의 승전 연회, 경복궁 안에서 촬영하는 일본군, 메이지 천황 사망 당일 일본 내 사진, 제국주의 일본 육군으로 강제 복무하는 조선인들, 손기정 선수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결승선 통과 장면이 모두 '올컬러판'으로 수록됐다.
특히 무명옷을 입은 조선 여인들이 성곽 밑에서 '활쏘기 시합'을 하는 사진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희귀 사진이다. 쉬충마오는 "역사는 기본적으로 지루하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으로 보면 역사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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