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고 부도나고… 건설 '한여름의 혹한기' [아카이브]
1~5월 건설사 폐업 신고 증가
신규 계약 줄고, 미분양 적체
건설업 쇠퇴기일 가능성 부각
완만한 쇠퇴 위한 대책 필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6월 전국 주택사업경기 전망지수(HSSI)는 전월 대비 8.6포인트 상승한 82.7이었다. 서울은 전월 대비 6.9포인트 올라 지난해 10월(115.0) 이후 8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0에 도달했다. 수도권도 1.9포인트 오른 92.7이었다. 그만큼 집값이 오를 거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건설업계의 부도와 폐업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사는 전국 기준 240곳이었다. 2011년 1~5월(26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건설사를 포함하면 폐업 신고 공고 건수는 더 늘어난다. 1~5월 폐업 신고 공고를 낸 전문건설사는 지난해(880건)보다 421건 많은 1301곳이었다. 전체 건설업체 폐업 신고 공고가 1541건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엔 보유 업종 중에서 일부 업종만 폐업 신고하거나, 업종전환 등록에 따른 폐업 신고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신고 사유 대부분이 '사업포기'나 '경기부진'이어서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폐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부도가 난 건설업체도 14곳(종합 3곳‧전문 11곳)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곳)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2019년(25곳) 이후 최대치다. 특히 5월에만 종합건설사 3곳, 전문건설사 1곳을 합쳐 총 4곳이 부도 처리됐다. 올해 종합건설사에서 부도업체가 나온 건 5월이 처음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신규 계약 공사는 계속 줄어드는데, 미분양주택은 계속 적체되면서 건설업체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4년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7만1997가구로 3월보다 10.8%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주택이 7만 가구를 넘어선 건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인데,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2968가구로 3월보다 6.3% 증가해 1만 가구를 넘겼다. 반면 연도별 건설공사 계약액 추이(KISCON 통계)를 보면 지난해 공공·민간 건설공사 계약액은 2022년(296조8000억원)보다 56조2000억원 줄어든 240조6000억원이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침체, 고금리 기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가 계속되면 건설업계 전반이 쇠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산업의 생애주기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는 전조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건설산업이 쇠퇴기로 진입한다고 해도 경기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완만하게 진행되도록 단기적인 건설경기 부양과 장기적인 산업전환 대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설산업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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