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반도체 투톱만 1.3조 담았다···"실적 장세 본격화"
美 물가 둔화에 금리인하 기대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강세
현대차도 장중 52주 최고가 경신
전문가 "당분간 대외변수 최소화
3분기 코스피 3000까지 갈수도"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급등, 올해 최고치에 근접했다. 올해 기준 금리를 단 한 차례만 인하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입장에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하반기 증시는 개별 기업들의 실적 등 긍정적인 모멘텀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72포인트(0.98%) 오른 2754.89, 코스닥 지수는 0.66포인트(0.08%) 오른 871.33으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장중 2776.72까지 상승하며 52주 최고가인 2779.40에 육박했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는 외국인투자가가 이끌었다. 개인투자자가 1조 3443억 원을, 기관이 2143억 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외국인은 1조 5878억 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올 들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CPI가 전문가 전망치를 밑돌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2.75%)와 SK하이닉스(000660)(3.26%)를 각각 9414억 원, 3573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7만 9000원까지 오르며 ‘8만 전자’를 타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52주 최고가(21만 6000원)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인공지능(AI) 반도체 국면에서 소외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AI 밸류체인으로의 본격 합류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예정된 기한 내로 엔비디아 인증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예정된 기한이라면 8단 제품은 이달까지, 12단 제품은 올 3분기 내인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본궤도에 곧 진입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현대차(005380)(-0.37%)와 기아(000270)(-0.65%)도 각각 385억 원, 529억 원을 담았다. 두 종목 모두 하락한 채로 거래를 마쳤지만 현대차는 장중 28만 1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27만 7500원)를 갈아치웠다. 기아도 장중 2.37% 상승하며 12만 5400원까지 급등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 전망치는 3개월 전 3조 8611억 원에서 전날 기준 4조 722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자원 개발(2.88%), 종합 상사(2.72%), 전선(2.32%) 등이 강세였다.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따라 영일만을 확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포항영일신항만 지분을 가진 기업의 주가도 치솟았다. DL이앤씨우(37550K)와 코오롱글로벌우(003075)의 경우 모두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했다. DL이앤씨(375500)와 코오롱글로벌(003070)은 포항영일신항만의 주주로 각각 지분 29.5%, 15.34%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시가총액 기준 LG전자(066570)를 제친 한미반도체(042700)가 2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날 하나금융지주(086790)·삼성생명(032830)을 넘어서며 유가증권시장 시총 19위에 등극했다.
당분간 증시는 대외 경제 변수의 영향이 최소화되고 기업들의 개별 이벤트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경기회복에 따라 박스권에 갇힌 주가 지수의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정책을 둘러싼 전망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8월 잭슨홀 미팅(22~24일) 전까지는 실적 시즌 등 증시 본연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세계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기도 회복되면서 3분기 코스피 지수는 30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시 반도체 업종을 가장 밝게 봤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 첫 주 삼성전자의 잠정 2분기 실적이 나오면 주가도 더 오를 것이라고 본다”며 “하이닉스 역시 HBM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D램과 낸드 등 모든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있어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하반기 코스피 지수로 2600~2900을 예상한다”며 “반도체주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 인도 법인 상장 등의 이슈가 있는 현대차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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