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정용진 회장 100일…최대 숙제 이커머스, 해법은 '사촌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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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삼성가인 신세계와 CJ, 두 그룹이 사업적으로도 끈끈한 동맹을 선언했습니다.
이 같은 동맹은 정용진 회장의 취임 100일을 코앞에 두고 전격 이뤄졌는데요.
무엇보다 신세계의 최대 숙제 가운데 하나인 이커머스를 살리기 위한 해법입니다.
정보윤 기자와 짚어봅니다.
우선, 정용진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지 100일이 됐군요?
[기자]
이달 15일이 회장 취임 100일째입니다.
지난 3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18년 만에 사실상 원톱 체제를 구축했죠.
정 회장은 그간 좋아하던 골프나 80만 팔로어를 거느리던 SNS 활동을 다 끊고 철저히 경영에만 몰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과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런 가운데 회장 취임 100일을 열흘 앞두고 CJ와 전방위 협력안을 발표했습니다.
정 회장이 외사촌 형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먼저 동맹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5일 두 그룹의 협약식에서 양측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임영록 / 신세계 경영전략실장 : 물류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강자인 CJ 어깨를 빌리고 싶다고 제가 말씀을 드렸었고, 협업을 했을 때 시너지에 대해서….]
[김홍기 / CJ 지주사 대표 : 급변하는 시장경제 환경 속에서 CJ는 신세계라는 동반자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마음이 굉장히 든든합니다.]
[앵커]
전통적인 유통명가 신세계의 지금 최대 숙제라면 이커머스죠?
[기자]
업계 전반적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SSG닷컴의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이 갖고 있는 SSG닷컴 지분 30%, 1조 원 상당을 제3자에게 팔아야 하는 건데요.
못 팔 경우 신세계가 이를 떠안게 됩니다.
당초 이 지분 정리를 당장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협상을 통해 일단 연말까지로 6개월 정도 시간을 벌었습니다.
업계에선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인 만큼 신세계가 고금리를 보장해 주는 식으로 새 투자자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딜의 시작은 SSG닷컴을 설립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신세계는 처음으로 외부에서 투자금 1조 원을 유치하며 SSG닷컴을 만들었습니다.
신세계는 2023년까지, 그러니까 지난해까지 SSG닷컴이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국내 이커머스 1위가 된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SSG닷컴 여전히 적자죠?
[기자]
2019년 818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10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한 번도 연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다만 매출은 성장세입니다.
코로나 시기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지면서 SSG닷컴 매출도 2022년 1조 7000억 원대로 급상승했는데요.
지난해 1조 6000억 원대로 다시 꺾였습니다.
신세계의 또 다른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마켓은 2021년에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 원에 사면서 인수했는데 이듬해 6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지난해에는 300억 원대로 손실폭을 절반 가까이 줄이긴 했지만 매출이 10% 넘게 꺾였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를 깨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까지 거세진 상황입니다.
[정연승 /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온라인 시장의 경쟁이 더 심화될 거 같고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을 강화한 기업들은 아무래도 오프라인의 장점을 좀 극대화하는 게 필요하다….]
[앵커]
결국 CJ와 손을 잡은 결정적인 배경이지 않나 싶은데요?
[기자]
두 그룹이 상당히 폭넓은 사업에서 손을 잡기로 했는데 특히 1위 물류사인 CJ대한통운을 품고 있는 점이 신세계로선 구원투수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신세계는 우선 경기 김포 2곳과 오포에 있는 SSG닷컴 거점 물류센터의 운영을 CJ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했습니다.
물류센터를 아예 CJ대한통운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이에 신세계 측은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오픈마켓인 G마켓은 자체 배송시스템 없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3개사에 배송을 맡겨왔는데, 이르면 다음 달부터 CJ대한통운이 전담합니다.
기존 지마켓 스마일배송은 오후 8시까지 주문해야 다음날 받을 수 있었는데요.
CJ대한통운의 익일배송인 '오네' 서비스가 적용되면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의 최대 강점인 로켓배송과 같은 배송 체계를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신세계는 물류 선두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음으로써 배송 경쟁력과 운영 효율을 모두 높이고, 대신 신선식품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본업에 더 집중한단 계획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신세계와 동맹을 통해 CJ가 얻을 수 있는 건 뭔가요?
[기자]
우선 신세계가 쿠팡과 경쟁관계이듯 CJ 역시 쿠팡과 오랜 갈등을 이어가고 있죠.
CJ제일제당의 햇반 공급가격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서로 거래를 끊은 데다, 물류와 콘텐츠 등 CJ 사업 상당 부분이 쿠팡과 겹쳐 경쟁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쿠팡의 점유율을 감안할 때 CJ가 쿠팡과 거래를 끊으면서 어느 정도 물량이 줄어든 면도 있을 텐데 신세계 물량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마트를 품고 있는 신세계의 식품유통 경쟁력도 활용할 수 있는데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2%나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마트와 함께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월 13개 신제품을 이마트 등에서 먼저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보다 협력 수준을 높여 이를테면 다른 곳에서도 파는 제품이지만 이마트에서 더 싸게 판다거나, 아예 이마트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앵커]
미디어와 멤버십 분야에서도 협력한다던데 그건 어떤 건가요?
[기자]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CJ ENM 콘텐츠를 스타필드 등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멤버십은 두 그룹 고객을 공유하는 건데요.
두 그룹 회원 수를 합치면 3000만 명에 달합니다.
포인트 적립과 사용 등 혜택을 공유하고 확대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두 그룹 간 공유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한편, 서로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자는 윈윈 전략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인 사촌 간의 동맹이 얼마나 큰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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