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공정위, 세계 최초 이커머스 상품진열 순서 규제 "투자 위축 불가피"

이혜원 기자 2024. 6. 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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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에 1400억원 과징금 부과하고 법인 檢고발 결정
"전세계 유통체인 온·오프서 폭발 성장할 때 韓 규제 발묶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쿠팡 본사 건물 모습. kkssmm99@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전 세계 최초로 이커머스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의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규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 등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의 검색 순위를 띄웠다는 의혹과 관련해 과징금 1400억원과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6만4250개(로켓배송 직매입 5만8658개) 상품을 검색 상위에 고정 노출하면서 쿠팡이 수익성을 제고했다는 것이다.

임직원을 동원한 상품평에 대해서도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최소 7342종의 PB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의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고 했다.

이날 공정위는 "비슷한 규제를 아마존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미국이나 유럽에서 쿠팡 같은 ‘전면적인 ‘상품 진열’을 구체적인 혐의로 적시하고, 경쟁법 위반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진열 순서 '위법 확정해 과징금에 법원 고발…글로벌 첫 사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쿠팡 같은 규제가 실현된 적은 아직 전 세계에 없다.

공정위가 주장한 유럽이나 미국이 제재한 사례는 ‘검색 랭킹’ 상품 진열 순서에 대한 규제가 아닌데다, 위법 판정을 받은 일이 없다. 과징금이나 법인 고발 같은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정위는 유럽연합이 아마존이 자기 상품을 '바이박스(Buybox)' 코너에 노출한 행위를 동의의결로 시정하도록 했다며 이를 ‘규제’로 봤다.

통상 동의의결은 사업자의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시정토록 하는 방안으로 규제로 보지 않는다.

더욱이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사안은 쿠팡과 달랐다.

아마존 바이박스의 경우, 판매 화면에 열거된 여러 상품 중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을 클릭한 이후의 단계를 문제 삼았다.

소비자가 판매화면에서 특정상품을 선택하면 해당 상품의 기본 추천 옵션인 ‘바이박스’ 코너가 뜨고, 자사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는 1개의 판매자만 표시되는 것을 문제로 봤다.

반면 쿠팡은 소비자가 입력하는 검색어에 대응해 뜨는 로켓배송과 PB상품을 노출하는 기본적인 단계에 대한 규제다.

유럽위원회(EC)는 아마존이 PB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다수 노출한 점에 대해선 위법 협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대로 법원 1심 성격이 있는 공정위 전원회의는 쿠팡의 로켓배송과 ‘위법’으로 결정 내린 셈이다.

공정위 주장과 달리 ‘위법’으로 규제받은 전례 없어…글로벌은 '규제프리' 폭발성장

공정위가 주장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아마존 사례도 마찬가지다.

FTC는 지난해 9월 아마존에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

공정위는 이 소송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의 검색순위를 떨어뜨리거나, 입점업체 상품을 우대한 행위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FTC는 PB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의 우선 노출 등 순위 조정을 문제 삼지 않았다.

혐의는 아마존이 가격을 낮추는 경쟁자를 징계하면서 가격 경쟁을 억압하거나, 자사 풀필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미국 아마존이나 월마트는 물론 독일 알디(Aldi), 트레이더 조, 코스트코 등 전 세계 유통체인들은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규제 없는 상품 진열'을 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경우 1983년부터 PB상품을 만들면서 현재 미국에서 온라인 PB상품 점유율이 40%를 넘는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전체 기업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상품의 프로모션 상위 노출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경쟁위원회는 지난 2008년 PB상품이 늘어나자, 경쟁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연구 결과, PB상품의 높은 재구매율을 감안할 때 PB상품이 단순한 저품질의 복제품이란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며, 마트들이 PB판매를 확대하는 것은 경쟁제한적 우려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유럽의 PB상품 점유율은 스위스(52%), 독일(46%) 등 서유럽 주요 국가에서 소비자 2명 중 1명에 PB상품을 사고 있다.

PB점유율이 80%가 남는 알디 같은 유통체인도 현지에선 독과점 이슈가 불거진 적이 아직 없다.

유통업계에선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쿠팡의 로켓배송을 위축시키고 향후 투자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유통사 성장에 있어 규제기관의 판단으로 고객에 큰 피해를 보고, 투자 위축을 불러오는 세계 최초의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성균관대 교수는 "대형마트에 가면 입구쪽 매대에 PB 브랜드 상품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고, 소비자들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며 "오프라인 대형마트 등과 형평성이 어긋나는데다 글로벌 시장 규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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