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시경 철옹성’ 깬다… 세계 첫 AI 전동식 내시경 개발한 韓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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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시장은 그간 ‘일본 천하’였다. 위·대장 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연성(軟性) 내시경은 일본의 올림푸스, 후지필름, 펜탁스 세 회사가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한일 무역 분쟁이 한창이던 2020년 국회에선 ‘의료기기 국산화 개발 활성화, 소화기 내시경을 중심으로’란 주제의 정책 토론회가 열려 일본의 내시경 수출 금지를 걱정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국내 스마트 내시경 스타트업인 ‘메디인테크’가 일본 내시경 시장 철옹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메디인테크 이치원(35) 대표는 “(다른 주요 기업들의) 내시경은 1980년대 이후 사실상 화질 개선 외에 기술 혁신이 없었다”며 “반면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전 세계 어디에서, 어떤 의사가 사용하더라도 검진 오진율을 5%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전동식 내시경”이라고 말했다. WEEKLY BIZ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메디인테크 본사에서 이 대표와 김명준(32) 부대표를 만나 내시경 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고 있는 메디인테크의 비전을 들어봤다.
◇세계 최초의 전동식 내시경
-경쟁사 제품들과 어떻게 다른가.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세계 최초의 전동식 제품이다. 기존 내시경들은 의사가 엄지손가락으로 조작기를 당기면 구부러지는 기계식이다. 당기는 힘으로 튜브의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반면, 전동식은 전기 신호를 통해 훨씬 적은 힘으로도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무게도 일반 기계식 내시경의 절반 수준인 350g이다.”
-무게는 왜 중요한가.
“일반 검진 기준으로 위 내시경은 3~5분, 대장 내시경은 15~20분이 걸린다. 이상 부위가 발견되면 30분가량의 추가 검진도 진행된다. 의사들은 내시경 삽입 이후부터 검진하는 내내 계속 내시경을 들고 있어야 하는 데다,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 수시로 엄지로 눌렀다 떼는 고된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관절과 근육에 부담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오전 시간에만 보통 60~80건의 검진을 하기 때문에 피로는 계속 누적된다. 350g의 차이가 작아 보일지 몰라도, 매일 내시경을 들고 검진하는 의료진에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AI로 오진율 30%에서 5%로
-AI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나.
“AI 기술은 병변(病變·질병 조직) 대상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길이를 추정하며, 맹점(盲點)을 방지하는 등에 쓰인다. 모두 업계 최초로 선보인 기능들이다. 기존 제품들은 병변을 발견하더라도 움직이는 과정에서 카메라 각도가 달라지다보니, 다시 병변을 찾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AI 동작 제어를 통해 카메라 고정이 가능하고, 대상의 길이까지 추정해준다. 의사가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셈이다."
-기존 제품과 오진율의 차이도 있나.
“현재 전 세계의 평균적인 내시경 오진율은 약 30%로 알려져 있다. 숙련되지 않은 의사가 진료를 볼 경우, 내시경 삽입 과정에서 병변을 놓치거나 실수로 특정 부위를 검진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메디인테크는 AI가 자동으로 촬영된 이상 부위를 감지해주고, 촬영이 안 된 맹점 부위도 알려주기 때문에 오진율을 5%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력과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나(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부대표는 중국 칭화대 전자과 출신이다. 우리는 서울대 의공학과 연구실에서 만나 수술용 로봇을 함께 개발하다, 국내에서 연성 내시경을 가장 오래 연구한 한국전기연구원에 입사했다. 연구 과정에서 내시경을 전동식으로 바꾸고, AI를 탑재하면 경량화, 정교화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난 2020년 2월 창업했다.”
-최근 200억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결은.
“성공 비결은 ‘기술적 우위를 갖추되, 고객 니즈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인 것 같다. 가령, 우리 기술력으로는 내시경 조작기를 기존 힘의 10분의 1만으로도 작동하도록 설계할 수 있었지만, 사용에 이질감이 있다는 의료진의 의견을 참고해 3분의 1로 높였다.”
-향후 계획은.
“현재 메디인테크 내시경은 서울대병원에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이 통과되는 대로 올해 4분기부터 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내시경을 넘어 모든 의료기기를 혁신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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