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7연속 동결, 7번의 회의… 9월일까 11월일까
美 연준, FOMC서 올해 기준 금리 인하 3회 → 1회 조정
파월 "물가 지표 '긍정'… 인플레 둔화, 명확한 수치필요"
한은, 불확실성 지속에 시장경제 주시… 4분기 인하 관측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3.50%)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2.00%p로 1년째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연준이 금리 동결과 함께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조정하면서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인 가운데 한은이 이르면 4분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7연속 금리 동결' 연준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
연준은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묶어뒀다. 7회 연속 동결이다.
관심은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금리전망표)에 쏠렸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0%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전망(4.60%)보다 0.50%p 높은 수준이다.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연내 인하 횟수가 기존 세 차례(0.25%p씩)에서 한두 차례로 줄어든 것이다. 19명의 회의 참석자 중 4명은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것으로 봤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전월(3.4%)과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가장 최근 물가 지표가 올해 초보다 긍정적이었고 물가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하기 위해선 좀 더 좋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파월이 인플레이션이 아직은 금리인하에 나서도 될 만큼 확신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CPI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확신이 필요하며 그 속도도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매파' 연준에도 9월 피벗 기대감 '솔솔'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당사는 완만한 인플레이션만으로도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시장의 약화가 이어지면서 이후 7번의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연속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연준의 정책결정문이나 기자회견에서 9월 인하를 배제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예상대로 고용이 둔화하고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재개된다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FOMC 회의 결과 발표 이후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1차례 내릴 것이란 예상은 32.5%로 전날(37.1%)보다 4.6%p 낮아졌다. 반면 연말까지 0.5%p, 0.75%p 내릴 것이라는 예상은 소폭 증가했다.
◇한국은 여전히 불안…"4분기에나 금리 인하"
한국은 '섣부른 금리 인하'에 경계감을 낮추지 않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2일 전날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2.7%로 2개월 연속 2%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보다는 높다. 한은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흐름, 기상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6조원 늘어나는 등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여전히 고민거리다.
또한 한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에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모두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올해 한두차례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은 4분기에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출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기태의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 환율과 한미금리차를 봤을 때 10월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할 요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한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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