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티백 용량 2g서 1.5g으로 줄인 오설록, 해명은?

소비자원, ‘슈링크플레이션’ 33개 제품 적발

한국소비자원 로고. /한국소비자원 제공

차(茶) 제조 업체 오설록은 지난 1월부터 ‘오설록 제주 얼그레이 티백’ 제품의 가격을 유지한 채 용량을 줄였다. 원래는 2g짜리 티백을 20개 묶어 팔았는데, 1.5g짜리 티백 20개 묶음으로 바꾼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이를 지적하자, 오설록은 이달 초에야 “소비자들이 티백을 우유 대신 물에 타 먹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떫은맛이 없도록 용량을 변경했다”고 알렸다.

13일 소비자원은 지난 1분기에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는 대신 용량이나 크기를 줄여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거두는 ‘슈링크플레이션’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오설록을 포함한 33개 제품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이는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33개 제품 중 국내 제조품이 15개였고, 수입품이 18개였다. 품목별로는 가공식품이 32개로 대부분이었다. 가공식품 외에는 주방 세제인 ‘프릴 시크릿 오브 베이킹소다 퓨어레몬향’ 제품의 용량이 750ml에서 700ml로 줄어든 것만 지적됐다.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인된 국내 제조 상품 15개 가운데 올해부터 용량이 변경된 것은 7개였다. SPC삼립에서 만든 소시지 ‘삼립 그릭슈바인 육즙가득 로테부어스트’는 지난 3월부터 제품 용량이 440g에서 360g으로 줄었다. ‘하림 두 마리 옛날통닭’ 용량도 지난 4월부터 760g에서 720g으로 축소됐다. 수입품 중에는 ‘하리보 골드베렌 믹스’ 젤리 용량이 지난 2월부터 950g에서 870g으로 줄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사례들을 가격 정보 공개 서비스인 ‘참가격’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해당 상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한 업체들이 홈페이지나 쇼핑몰 등에 용량 변경 사실을 알리도록 권고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에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을 제조한 업체가 용량을 줄인 뒤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8월 3일부터는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 처음엔 500만원, 그 이후엔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