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답게 미래 개척”… 이재용 회장, 美서 메타·아마존·퀄컴 CEO 만나 AI 시대 협력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보름 일정의 미국 출장을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메타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며 미래 기술과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기술 초경쟁 시대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삼성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고 시장 후발주자에 추월당했다. 2030년 1위를 목표로 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올 1분기 점유율이 11%로 대만 TSMC(61.7%)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은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AI 등 첨단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자택에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했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 방한 당시 이 회장의 초대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한 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AI와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메타는 AI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삼성과의 협력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2022년 10월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찾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도 2011년 저커버그 CEO를 그의 자택에서 처음 만난 뒤 현재까지 여덟 차례 따로 만나며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저커버그 CEO를 만난 다음날 이 회장은 아마존 시애틀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반도체 미주총괄(DSA) 부사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하나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고, 추가 협력 방안을 상의했다. 재시 CEO는 작년 4월 생성형 AI 참여 계획을 밝히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은 올 3월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간 1500억달러(약 20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AI 기업 앤트로픽에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반도체 이외에도 TV와 모바일,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 ‘HDR10+’는 고화질 영상 표준 기술로, 아마존은 2022년부터 자사 파이어TV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회장과 재시 CEO의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과 아마존의 협력 관계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이 회장은 10일 미 새너제이에 있는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를 만나 AI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칩 등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저전력 컴퓨팅과 온디바이스(내장형) 인텔리전스 분야의 선두 기업인 퀄컴은 삼성전자와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퀄컴은 삼성 모바일 제품에 최첨단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탑재했고, 최근엔 AI PC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과도 연이어 만나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와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 기술 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출장을 마치며 이 회장은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세트와 부품(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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