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택배·배달기사 최저임금 적용 두고 '또' 격돌…"논의해야" vs "권한없다"
도급근로자 적용 확대 논의 여부 두고 공방
경영계 "결정권은 정부…법제처 법해석 요청"
노동계 "최임법에 근거 존재…차등적용 안돼"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노사가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두고 또 다시 대립했다.
13일 최임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지난 3차 회의가 열린 지 이틀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3차 회의에 이어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최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사용자 측은 최임위에겐 도급근로자에 적용할 별도의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논의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수차례 말했듯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현행 법상 최임위가 아닌 정부에 결정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조항은 정부가 최임위의 심의 없이 시행령으로 수습 근로자 감액 비율을 정한 근거가 되는 5조 2항과 구조가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임금이 도급제나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급 형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만 최임위가 정하는 것이 법 체계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결정 권한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최임위에서 확대 적용 문제를 심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 전무는 "(최임위에서)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논의 대상은 각 케이스별로 법원을 통해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개개인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며 "개개인별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근로 형태, 방식, 밀도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야 하는데 최임위가 수행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적절하지도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임위의 본질적 역할은 개별 노동 사건을 다루는 노동위원회의 기능과 다르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노동계가 업종별 구분적용에 반대하며 내세운 주장들을 반박했다.
그는 노동계가 업종별 구분적용이 '차별'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지불 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이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지불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며 형평성 원칙에 부합한다"며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구분적용 시 낙인효과에 따라 구인난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본부장은 "구인난을 겪는 기업과 소상공인은 그나마 경영 상황이 좋아 신규 채용에 수요가 있어 구분적용과 관계없이 적정 수준 임금을 지급하면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는데, 이런 기업들의 비율이 크지도 않다"며 "대다수의 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겐 구인난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폐업 고민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용자 측은 지난 3차회의 때 고용노동부 측에서 '최임위에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한 것과 관련해 재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류 전무는 "고용부가 보다 신중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법제처에 정식으로 법령 해석을 신청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 3차 회의에서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임위에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논의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영계의 업종별 구분적용 주장엔 반대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재차 강조하는데, 특고(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 지원과 관련한 근거는 최저임금법에 엄연히 존재한다"며 "고용부가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유권해석도 내놓은 만큼 실질적 논의로 진전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3차회의에서 고용부가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최임위에서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법 명분상 너무나 당연할 결과"라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경영계가 재해석을 요청한 데 대해 "처음부터 유권해석을 요구한 것은 사용자위원들인데 해석 결과가 나오니 신뢰할 수 없다고 다른 유명 로펌 등에 문의하자고 말을 바꾸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이유로도 헌법과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돼선 안 된다"며 "최임위에서 차별, 차등과 같은 말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신속한 심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노사도 이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전무는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사무총장도 "앞으로 남은 법정 심의 기한을 고려할 때 업종별 차별적용 같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심의는 최소화하고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진행되도록 신속한 심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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