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다 쓰러지게 생겨"…폭염 덮친 판자촌 주민들의 시름

오석진 기자 2024. 6. 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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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잣집은 벽이랑 지붕이 철판이니까 집 안이 더워. 바깥 그늘막이 시원해."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랫성뒤마을 주민들은 폭염을 대비해 직접 설치한 가림막 그늘에 모여있었다.

성뒤마을은 1960-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이주민들이 정착해 생긴 판자촌이다.

이날 성뒤마을 주민들은 다가올 폭염과 장마로 여름이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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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30분쯤 아랫성뒤마을 전경/사진=오석진 기자


"판잣집은 벽이랑 지붕이 철판이니까 집 안이 더워. 바깥 그늘막이 시원해."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랫성뒤마을 주민들은 폭염을 대비해 직접 설치한 가림막 그늘에 모여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예상 최고기온은 섭씨 32도다. 아랫성뒤마을에 30년 가까이 살았다는 60대 A씨는 무더운 날씨 신발을 벗고 모자를 쓴 채 의자에 앉아있었다.

A씨는 "내일은 또 얼마나 뜨거우려나"라며 "지금은 6월인데 벌써 너무 덥다. 진짜 더위는 7-8월"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판잣집은 벽이나 지붕이 철판이라 집안이 상당히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며 "집밖 가림막 그늘에 있는 게 더 시원하다"고 밝혔다.

더위를 막기 위한 그늘용으로 대나무 발을 내린 집들도 보였다. 이곳에서 약 20년 살았다는 주민 50대 B씨는 "지금보다 더워지면 주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려 마을 회관에 간다. 에어컨이 있는 집도 전기세 걱정에 잘 틀지 못한다"고 했다.

성뒤마을은 1960-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이주민들이 정착해 생긴 판자촌이다. 우면산 자락에 있는 방배체육공원을 경계로 윗성뒤마을과 아랫성뒤마을로 나뉜다.

13일 지난 여름에 마을 회관 뒤쪽에 흙이 쏟아진 흔적이 여전하다. 파란 비닐 밑엔 주민들이 직접 쌓은 제방이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이날 성뒤마을 주민들은 다가올 폭염과 장마로 여름이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첫 폭염주의보는 영남권 일부 지역에 지난 10일 발령됐다. 지난해 발령된 첫 폭염주의보보다 일주일 당겨졌다. 기상청은 13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15일 비가 내리고 난 후부터 평년보다 다소 높은 기온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재개발 공사 임시 벽 그늘 밑에서 쉬고 있던 60대 C씨는 "지난해에도 노인 몇분이 더위에 쓰러졌는데 이번에도 나이 먹은 노인들 다 쓰러지게 생겼다"며 "폭염뿐 아니라 그다음에 올 장마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폭염 뒤 장마를 우려했다. 성뒤마을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지난해 장마 때 빗물이 넘쳐 피해를 보았다. 김씨는 "지난 장마 때 우리 집은 떠내려가는 줄 알았다"며 "크게 수해를 입어 이번에는 주민들끼리 삽으로 수로를 팔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마을 회관도 지난여름 장마 때 토사물이 회관을 덮쳐 피해를 크게 입었다"며 "지금은 쏟아지는 토사물을 파란색 비닐로 덮기만 했고 그 밑에 주민들이 제방을 직접 쌓았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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