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 ‘필기 제한’ 학교 기출문제 공개, 사교육 경감 효과 있을까
서울은 홈페이지 탑재 절반 넘는데
지방은 교무실 등에 비치…열람 제한
“학원 다니는 친구는 쉽게 구해” 불만도
올해부터 정부가 기출문제 공개를 의무화하면서 전국 주요 시·도 교육청 중·고교에서 중간·기말고사 기출문제를 100% 공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기출문제 열람시 ‘10분 제한’ ‘눈으로만 보고 필기 금지’를 요구하는 등 일부 학교에선 열람 방식에 제한이 컸다. 학교가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이 사교육 경감 효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가 엇갈린다.
13일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시도 교육청의 중·고등학교 중간·기말고사 공개율은 100%다. 서울 시내 중학교(390개)·고등학교(319개)는 올해 기출문제를 100% 공개했다. 경남·대전·울산·인천·제주·충북의 중·고교 역시 100% 공개율을 기록했다.
2009년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시작된 기출문제 공개는 올해부터 필수사항이 됐다. 교육부가 올해 ‘사교육비 경감 총력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부 훈령에 기출문제 공개를 명시했다.
높은 공개율과 달리 공개방법에선 지역별·학교별로 차이가 컸다. 서울은 중학교 중 홈페이지에 기출문제를 탑재하는 곳이 257개교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충북은 중학교 129개교 중 119개교가 교무실 등에 기출문제를 비치했다. 홈페이지에 공개한 학교는 4개 학교에 불과했다. 울산·경남·대전 등도 홈페이지보다 교무실·도서관 등에 비치하는 곳이 많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은 워낙 학생들이 많은 데다 성적에 민감하다보니 편의성을 고려해 홈페이지 공개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기출문제 열람범위도 지역간 격차가 확인됐다. 서울의 중학교에선 기출문제 열람범위를 3~5년치까지 공개하는 비율이 60.3%(235개교)였다. 반면 경남(88%)·인천(65%)·대전(64%)의 중학교에선 1년치 기출문제만 공개한 비율이 높았다.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가 제한적인 기출문제 열람만 허용한다는 불만도 있다. 문제만 공개되고 해설지 등이 공개되지 않아 기출문제 공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종의 한 중학교는 지난달 기출문제를 공개하며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 휴대X, 필기 금지, 눈으로만 확인 가능’ 등의 제한을 뒀다. 원주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도서관에서 5인 1개조로 10분’만 기출문제를 보게 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생은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쉽게 구하는 자료를 학교에선 까다롭게 공개하는 게 조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학교가 기출문제 공개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저작권’이다. 지난해 10월 한 사교육 업체가 학생들에게 기출문제를 구입하는 일도 있었다. 기출문제 공개시 사교육계의 이의제기, 주변 학교와 비교 등도 교사들에겐 부담이다. 최근 tvN 드라마 <졸업>에서도 주인공인 학원강사 서혜진(정려원 분)이 학교에 찾아가 출제 문제를 항의하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기출문제에 대한 민원 제기가 교사의 평가권 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기출문제 공개가 사교육 절감 효과가 실제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4명의 장학사·장학관·교사에게 물었더니 의견이 반으로 나뉘었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은 “문제는 매년 바꿔 출제하는 데다, 기출문제 공개로 사교육비가 준다는 근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중부 지역의 교육청 관계자는 “특별히 사교육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인지 입증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일부 사교육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출문제가) 학원에서만 제공되는 정보가 되면 학생들이 학원에 가고 싶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영남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와 처음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기출문제를 보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며 “사교육비 경감에도 일정 부분 효과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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