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없는 “액트지오 런던 지사”···교수 명단에 없는 아브레우
실제는 640km 거리 애버딘에 위치
산업부의 ‘아브레우 전문성’ 자료도
영국지사 운영자 소개도 사실과 달라
프로젝트 전체 신뢰성에 ‘의문 증폭’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자료를 정밀 심층 분석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결과 검증 절차 등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의 발언 중 사실과 다른 부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배포한 자료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인됐다. 동해 심해 탐사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는 모습이다.
액트지오의 설립자이자 소유주인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정보가 있다”며 “우리가 최근 영국 런던에 지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 지사는)새로운 디렉터 르네 용크 박사가 이끌고 있다”며 “영국 지사의 주소지 역시 용크 박사 집으로 등록돼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은 ‘액트지오의 주소지가 아브레우 고문의 개인 주택이 맞는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액트지오가 사실상 소규모 1인 재택 기업임을 밝히며 회견 전날 보도에 대한 해명도 덧붙인 것이다. 회견 전날인 지난 6일 ‘시사인’은 액트지오 영국 지사가 액면가 1파운드(약 1755원) 주식 1주로 설립됐고, 영국 지사도 본사와 마찬가지로 일반 주택이라고 보도했다.
아브레우 고문의 설명과 달리 영국 지사는 런던이 아닌 애버딘에 있다. 영국 북부 도시인 애버딘은 런던과 직선거리로 약 640㎞ 떨어져 있고, 항공편 비행시간만 약 1시간20분에 달하는 거리다. 단순 말 실수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말을 전하는 통역사가 “런던”이라는 단어를 3차례나 썼고, 실수였다면 정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영국 지사를 운영하는 용크 박사에 대한 소개 글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포착됐다. 액트지오는 용크 박사를 ‘애버딘대 명예교수’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13일 현재 애버딘대 홈페이지에서는 지질지구물리학부 교수·연구원·교직원 등 명단에 명예교수 이름이 나열돼 있지만, 용크 박사의 이름은 없다.
용크 박사뿐 아니라 아브레우 고문의 이력도 기존에 소개된 바와 일부 달라 보이는 부분이 드러났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0일 최남호 2차관 브리핑 직전 아브레우 고문의 전문성을 소개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를 보면, 아브레우 고문은 1999년부터 미국 라이스대에서 피터 베일 명예교수의 후임으로 순차층서학 강연을 현재도 하는 것으로 표기했다. 액트지오도 홈페이지에서 아브레우 고문을 현직 교수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재 라이스대 교수·연구진·교직원 명단에 아브레우 고문의 이름은 빠져 있다. 지구환경과학부 겸임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현재 라이스대에서 사용하지 않는 과거 홈페이지에서는 아브레우 고문의 이름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 그마저도 역할이 ‘역임(Past)’으로 분류돼 있었다. 산업부 자료에서 밝힌 것과 같은 순차층서학의 대가 베일 명예교수는 라이스대 명예교수진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한편 MBC는 아브레우 고문이 분석해 내놓은 유망 구조 7개 중 2개는 지난해 철수한 호주 유력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도 파악했던 구조(대게·집게)였다고 전날 보도했다. 우드사이드는 시추할 만한 구조가 아니라 판단하고, 석유공사에 조광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석유공사는 ‘포함된 건 맞지만 추가 자료가 없어 유망 구조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산업부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해 심해 유전 프로젝트 경과와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액트지오를 “심해 탐사 평가 전문 컨설팅 기업”이라 소개하며 “심해 분야 고급 인력을 다수 보유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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