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 "특수분장 100kg 입는 복동희 위해 할리우드 영화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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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놓고 백인을 위해 쓰인 캐릭터더라도 오디션을 봅니다. 마음에 들면 (캐릭터 설정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갖고 일단 부딪혀보는 거죠."
지난해 수현은 대사를 대부분 일본어로 소화하는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속 마에다 역을 맡아 처음 배우는 일본어를 익혔고, 이번에는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과체중 초능력자 복동희를 연기하기 위해 100kg짜리 특수분장을 입고 와이어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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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오가며 활동…"발리우드 러브콜도 받았는데, 못 할 거 없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는 대놓고 백인을 위해 쓰인 캐릭터더라도 오디션을 봅니다. 마음에 들면 (캐릭터 설정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갖고 일단 부딪혀보는 거죠."
국제변호사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수현은 슈퍼모델 선발 대회에 나갔다가 모델로 데뷔했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연기를 시작했다가 한국 배우 최초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속 배역을 꿰찼다.
행보 자체가 남다른데,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그의 도전적인 성격은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수현은 대사를 대부분 일본어로 소화하는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속 마에다 역을 맡아 처음 배우는 일본어를 익혔고, 이번에는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과체중 초능력자 복동희를 연기하기 위해 100kg짜리 특수분장을 입고 와이어를 탔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종영을 기념해 1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수현은 "주변에서 못 할 것 같은 일들을 해내는 쾌감을 좋아한다"며 "원래 좀 반항적인 성격인 것 같다"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성격 자체도 도전적인데, 외국에서 캐스팅 인터뷰를 계속 보면서 생각의 틀이 더 많이 깨졌다. 몸으로 직접 부딪치다 보니 연기에도, 마음가짐에도 도움이 정말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늘 지적이고, 부유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는데, 그게 너무 싫었어요. '왜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역할을 못 하지?' 고민하고 있던 참에 어떤 감독님이 '네가 어디서 아르바이트할 얼굴은 아니잖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죠. 키나 외모는 제가 갖고 태어난 부분인데, 이런 요소들 때문에 한계에 갇히고 싶지 않았달까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수현은 비만 때문에 하늘을 날지 못하는 비행능력의 소유자 복동희를 연기했다.
예뻐 보일 수도 없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매번 5시간에서 최대 8시간씩 특수분장을 받아야 하는 육체적으로 고된 역할인데, 수현은 복동희가 욕심 나서 할리우드 영화 여자주인공 출연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그만큼 동희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며 "예상할 수 없는 연기를 하게 된 게 너무 즐거웠다. 너무 힘들었는데도 항상 촬영장을 가는 마음은 즐겁고 가벼웠다"고 미소 지었다.
"아침에 촬영이면, 저는 밤에 먼저 나와서 밤새워 분장해야 했어요. 내피를 입고, 그 위에 솜으로 근육처럼 만든 옷을 입고, 외피를 입은 다음 실리콘을 두르고 옷까지 입었죠. 바람이 나갈 구멍도 없고, 촬영을 시작하면 분장을 벗을 수가 없어서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채 하루 종일 앉아있었어요. 너무 더워서 지옥 같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복동희가 늘 뚱뚱했던 것은 아니다. 모델로 활동했던 20대의 복동희는 너무 가벼워서 런웨이를 걸을 때 사람들이 꼭 나는 것 같다고 하곤 했었다.
은퇴 후 살이 급격하게 찐 복동희를 두고 수현은 "자신에게 벌을 주듯이 폭식하고, 벌을 주듯이 과격하게 운동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다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큰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자존감이 낮아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 한 복동희의 모습이 개인적으로 공감되기도 했다고 한다.
수현은 "저도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가 너무 많았다"며 "어릴 때 저는 영어도 못 하는데 한국어도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서 성격이 굉장히 소심했었고, 배우가 되고 난 후에도 배우로서 자신감이 부족했던 시간이 길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는 복동희의 말처럼, 스스로 내 마음을 지키고,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자존감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모델로 데뷔한 수현은 '게임의 여왕', '로맨스 타운' 등 다양한 드라마 속 조연을 밟으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한국인 헬렌 조 역으로 출연하면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속 내기니 역으로도 출연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는 수현은 "앞으로도 도전적으로 배역을 찾아 나설 예정"이라며 "특수분장도 또 해야 한다면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최근에 인도 쪽에서 발리우드 올 생각 있냐고 연락이 왔어요. 못 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힌디어는 배우면 되고, 춤도 추면 되죠. (웃음)"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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