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4억개 상품 일일이 찾아보라는 것"...쿠팡은 왜 반발하나

김민우 기자 2024. 6.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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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주) 및 씨피엘비(주)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 및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및 씨피엘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4.6.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색순위 조작 등의 혐의로 쿠팡에 14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조치했다. 쿠팡은 공정위 판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쟁점1. 쿠팡, 선수이자 심판으로 부정행위?..."본질과 무관"
먼저 공정위는 쿠팡이 자기상품(직매입 상품+PB상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는 동시에 오픈마켓을 통해 상품 거래 중개 하는 플랫폼으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고 정의했다. 쿠팡이 심판이자 선수로 뛰면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 상황에서 쿠팡이 자사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의 구매후기 작성을 통해 다른 21만개 입점업체의 4억개 이상 중개상품보다 자기 상품만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고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했다고 봤다.

이에대해 쿠팡은 이중적 지위는 사건 쟁점과 무관하다며 오픈마켓 상품을 차별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알고리즘을 통해 PB상품 4806개에 대한 순위를 조정할 때 오픈마켓 상품은 12만개나 순위를 조정해 매출을 올려줬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또 쿠팡랭킹순은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제품이 추천되고, PB상품 등은 '양질의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자 선호도를 갖춘 제품이라며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해 순위 조정을 한 이상 '쿠팡랭킹순' 고지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2. 임의로 검색조작?...쿠팡 "커머스에서 검색은 고객의 니즈를 추천해주는 것"
쿠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상구 교수의 전문가 의견서를 토대로 "커머스에서 검색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추천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억개 이상의 넘쳐나는 상품들 속에서 쿠팡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보여주는 것이 곧 '큐레이션'(우수한 상품을 뽑아 전시하는 행위)이고 쿠팡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또 신제품의 경우 검색결과를 상단에 제시하는 것을 소비자 기만으로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아이폰을 검색했을 때 객관적 지표로 '클릭수'가 많다고 해서 새로 출시된 아이폰이 아니라 기존부터 판매되던 아이폰이나 아이폰 케이스가 먼저 노출되도록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해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다.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 해왔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쿠팡에서 기저귀나 분유를 새벽배송으로 주문하려는 소비자에게 '로켓배송'상품보다 배송은 느리더라도 4~5년간 누적 판매량이 높은 오픈마켓 상품이 먼저 추천돼야 한다. 국내 쇼핑앱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이 3~5분 남짓인데 공정위 재제대로라면 소비자들인 원하는 상품을 찾는데 시간과 노력을 더 써야한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자가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을 유인요인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쟁점3. 오프라인 '진열'과 온라인 '검색결과'는 달라?
쿠팡은 이러한 큐레이션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이른바 '골든존'에 상품을 배치는 것과 차이가 없는 진열행위와 같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형 화장품 매장이나 대형마트는 PB상품 매출 목표치를 바탕으로 상품 진열 매뉴얼을 시도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골든존에 PB상품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오프라인 매장은 모든 상품을 탐색하기 수월하고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상품을 구매하는 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등록된 모든 상품을 탐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검색에서 우선 노출된 상품 위주로 탐색한다는 점에서 검색과 진열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다른 온라인 플랫폼도 PB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컬리, 배달의 민족, 롯데 등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수많은 e커머스에서 '물티슈' '만두' '생수' '계란'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기본 추천 순으로 PB상품이 상단 노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이를 근거로 공정위의 제재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며 쿠팡과 같이 불공정하게 소비자를 유인하고 경젱사업자를 배제할 경우 법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쟁점4. 리뷰작성에 임직원 동원해 노출 순위 조작?
임직원 상품평으로 검색 순위가 올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부여해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토록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전체 PB 상품 리뷰 중 체험단 리뷰 비중은 0.3%에 불과하다며 전체 1%도 안되는 상품평이 노출순서에 영향을 끼쳤다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상관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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