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만원 대출받으려 18만명 줄섰다..한국판 '페이데이론' 왜 안되나

권화순 기자 2024. 6.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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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50만 대부업 이용자, 어디로 갔나④200만원 이하는 법정최고 27.9% 적용 왜 안되나
[편집자주] 대부업은 한때 수백% 고금리를 받고 불법추심하면서 서민 등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서민의 급전창구 역할을 해온 엄연한 제도권 금융회사다. 하지만 한때 500만명 넘던 이용자는 최고금리 인하 이후 지난해 8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담보가 없으면 대부업 대출도 못 받는다. 대부업은 폐업위기에 몰렸고 150만명 저신용자는 갈 곳이 사라졌다.

미국 주별 페이데이론 기준/그래픽=김현정

서민 이자부담을 낮추려한 최고금리 규제가 되레 저신용자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는 만큼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국의 '페이데이론'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한 달 이내 등 단기에 소액으로 대출하는 경우 법정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예컨대 최저임금 206만원을 밑도는 소액 신용대출에 법상 최고 이자율 27.9%를 허용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고금리는 시행령이 정한 20%를 적용하고 있으나 법령상으로는 27.9%다. 법 개정 없이도 정부 판단에 따라 '페이데이론' 도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최대 100만원 한도의 소액생계비 대출을 운용 중이다. 고금리, 고물가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신용등급 하위 20% 저신용자에게 최고 연 15.9%의 금리를 적용한다.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축은행 뿐 아니라 대부업체까지 대출이 막히자 정부가 소액생계비대출을 고안해 낸 것. '오픈런'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말까지 약 18만명의 저신용자(22만건)가 대출을 받아갔다. 총 대출액은 1403억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7만원으로 한도 1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소액의 급전 수요가 작지 않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 1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나 밀물처럼 쏟아지는 저신용자 급전 수요를 따라가기 역부족이다.

소액생계비대출 이용현황/그래픽=김지영

전국 700여곳의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있는 한 대형 대출 플랫폼에는 30일 이내에 1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을 신청하는 게시글이 쇄도한다. 급전이 필요한 이용자들은 최고금리 20% 이상의 이자도 감내하겠다며 대부업체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글을 올리는 실정이다. 급전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최고금리 규제의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 입법조사처와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은 금리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최고금리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고금리 연동제를 적용하거나 대출금액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

최고금리 66%를 첫 도입한 이후 단 한번도 기준을 상향한 적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금리연동제 도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대안으로 소액 생계비가 필요한 저신용자에 한해 미국의 '페이데이론'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급여를 1~2주 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급여일에 맞춰 급여 이하의 대출을 내주면서 일정 금리를 적용한다. 주 별로 페이데이론 최고금리 기준이 천차만별이지만 30일 이내·500달러 이하 대출에 연 36%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별로 연환산 이율이 1000%를 넘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월 206만원인 만큼 200만원 이하의 대출에 연 20% 이상의 금리를 허용하는 현실적인 주장이 나온다. 특히 대부업 시행령 최고금리는 20%지만 대부업 법령상으론 27.9%인 만큼 법령의 최고한도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200만원을 대출로 받았다면 연 이자액은 종전 41만2000원에서 57만4000원으로 16만원 늘 수 있다. 월 1만원 수준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대출자에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 기준으로만 최고금리를 올려도 불법 사금융을 찾는 저신용자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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