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90명 직원이 반토막… 생존 위기 내몰린 대부업체 가보니
[편집자주] 대부업은 한때 수백% 고금리를 받고 불법추심하면서 서민 등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서민의 급전창구 역할을 해온 엄연한 제도권 금융회사다. 하지만 한때 500만명 넘던 이용자는 최고금리 인하 이후 지난해 8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담보가 없으면 대부업 대출도 못 받는다. 대부업은 폐업위기에 몰렸고 150만명 저신용자는 갈 곳이 사라졌다.
대부업체 대표의 말이다. 서민과 취약 계층의 마지막 제도권 '돈줄'이 사라질 위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부업체 대표인 A씨는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의 대형사임에도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 회사 사무실은 '대부업체'라는 선입견과 거리가 멀었다. 파티션으로 나뉜 사무 공간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보통 회사와 다르지 않았다. 한쪽 벽에 놓인 각종 상패와 표창장은 오히려 '좋은 회사'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무실 안쪽의 대출 심사 부서에선 분주하게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13명 직원이 각각 하루에 20건 이내의 대출을 심사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부산스러운 대출 심사 쪽과 달리 채권 추심 부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크고 고압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추심 절차가 강화돼 차주와 하루에 두 번 이상 통화할 수 없어서다. A씨는 "우리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추심 부서가 여느 대학교 도서관보다 조용하다고 한다"며 "핸드폰 컬러링 외엔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불법 추심은 이제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사채업자가 자행하는 불법으로 대부업 인식이 좋지 않아 억울해했다. 그는 "2006년 처음으로 대부업권에 왔을 때는 욕설이나 고함 등이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건실한 대부업체 중에선 불법 추심이라고 불릴 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A씨 회사에는 48명의 직원이 일한다. 한때 90명에 달했지만 대부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대부업 위기의 원인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내린 이후 대부업계는 역마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에서 평균적으로 8% 금리로 조달하고 연체에 따른 대손비용은 평균 10%, 여기다 중개 수수료 3%를 더하면 21%가 나온다"며 "관리비용으로 4~5%까지 더하면 사실상 금리 원가가 24~25%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평균 8% 조달 금리도 대형사라서 가능했다. 영세한 대부업체는 조달금리가 두 자릿수다. A씨는 자신들이 그나마 대형사라서 쌓아놓은 자본으로 운영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자본에 여유가 없는 영세한 곳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부업체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담보 대출'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대부업 대출액의 59%가 담보대출이었다. 주로 아파트, 자동차 등 시세 파악이 쉬운 자산이 담보로 잡힌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을 담보로도 대출이 나간다. A씨는 "담보대출은 10~20% 이상으로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자본 없이는 신용대출에선 100전 100패다. 살아남기 위해서 담보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부업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 등 금융 취약 계층이다. 연체율 상승 등 어려워진 업황에 최근 대부업계는 우량 고객 위주로만 대출을 내준다. 대출 승인율도 예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A씨는 "한때 대부업 이용자 수가 500만명까지 갔다고 하나 지금은 80만명 왔다 갔다 한다"며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대부분이 사채 시장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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