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예약 취소에 제동 건 정부…공공병원·한의원 근무 연장(종합)
출근 중 전공의 1029명…전일 대비 4명 증가
환자들 연일 성토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
국회 복지위 회동, 연석회의 등 의료계도 분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의사들의 환자 진료 예약 취소에 제동을 거는 등 의료계의 집단 휴진 참여 최소화에 나섰다. 총궐기대회와 집단휴진에 대비해 공공병원의 근무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한의사들도 야간 진료를 통해 의료공백 해소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의사들이) 일방적으로 진료예약 및 수술을 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구체적인 치료 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진료 거부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해 서울대 의대와 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7일,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연세대 의대와 병원 비대위는 27일부터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가입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오는 18일 집단 휴진 및 총궐기대회에 동참하기로 했다.
휴진 확산 조짐에 실제 진료 취소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8시29분께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며칠 전 세브란스에서 일방적 취소 당했다'는 글의 내용이 있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전국 3만60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 발령을 완료했으며 이날부터 집단휴진 피해사례에 대한 피해신고지원센터 업무 범위를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18일 휴진을 하려는 의료기관은 이날까지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정부는 18일에 각 시군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후속조치를 위해 공무원 등을 현장에 파견한다. 의사없이 문을 여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의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단 정부는 여전히 대학병원 교수급에 대한 행정명령에는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전 실장은 휴진을 하는 의대 교수들에 대한 행정명령 검토 여부에 대해선 "병원이 집단휴진을 하는 게 아니고, 강경 교수들 중에서 일부가 휴진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휴진 결정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교수들은 다 진료를 했다. 이번에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킬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당장 이 부분에 대해 조치를 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데, 지난 12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7.5%로 총 1만3756명 중 1029명이 근무 중이다. 출근한 전공의는 전일 대비 4명 증가했다.
당장 전공의 복귀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집단휴진 등으로 의료공백이 심화될 경우 공공의료기관 근무 시간을 야간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협이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18일에 전국 한의원과 한방병원 야간 진료를 권고하기로 했다.
2023년 상반기 외과 외래 질병 상위 12개 질환 중 고혈압, 당뇨를 제외한 근골격계 질환, 비염과 같은 호흡기 증상, 소화기 관련 증상은 모두 한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게 대한한의사협회 입장이다. 이들 질환은 주로 동네병원인 개원가에서 진료를 다루는 항목들이다.
환자들은 연일 집단휴진을 비판하며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는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열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기자회견에서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은 "의사 집단의 조직폭력배와 같은 행동을 보고 죽을 때 죽더라도 학문과 도덕과 상식이 무너진 이 사회의 엘리트로 존재했던 의사 집단에게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행동을 엄벌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부에서도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노조는 이날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따른 피해가 병원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진료 연기나 예약 취소 등 집단행동으로 파생되는 업무를 일체 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의사들을 향해 "대안도 없고, 사회적 공감대도 얻지 못한 채 증원 저지만을 되풀이하며 집단행동을 강행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의사들을 대했던 기대가 바닥까지 추락하고 있음을 깨닫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단휴진 예고일이 다가오면서 의료계도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6일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대한의학회, 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연석회의를 열고 대통령과 대화를 요청했다. 이들은 조만간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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