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의 명연기도 회차 늘리기 앞에는 무기력해졌다('삼식이 삼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방영 전부터 이미 화제였다. 영화만 고집해왔던 송강호의 첫 드라마 출연작이라는 점 하나만 봐도 그랬다. 여기에 영화 <동주>와 <거미집>의 대본을 썼던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나, 변요한, 이규형, 유재명, 주진모, 진기주, 서현우 같은 배우들의 면면까지 더해졌다.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16부작이라는 사실은 어딘가 시작부터 불안감을 줬다. 최근 OTT 드라마들의 경우 8부작 정도가 보통의 회차이고, 적게는 6부작짜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드라마를 경험해보지 못한 영화감독들의 경우 회차를 이어가는 시리즈 자체가 도전이다. 그런데 16부작은 너무 큰 도전이 아닌가. 보다 압축적인 전개가 훨씬 익숙할 텐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지만 처음 한꺼번에 공개된 5회차는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는 박두칠(송강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세우면서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950년대말 60년대초의 격동기를 그리면서, 무엇보다 삼시세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소망이었던 시절의 풍경을 이 캐릭터 하나가 그대로 설명해줬다. 여기에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삼식이 삼촌과 손을 잡게 되는 김산(변요한)이라는 인물 또한 매력적이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인물일 수밖에 없다. 여러 회차를 이어가야 하는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건 매력적인 인물의 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삼식이 삼촌>의 초반 기대감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물은 매력적인데, 서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꾸만 도돌이표로 반복되는 상황이 만든 결과였다.
1960년 모 벙커에서 박두칠과 김산, 정한민(서현우) 등을 취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 이들 사이에 벌어졌던 사건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구조는 스토리 전개가 지지부진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사실 취조 장면 등을 하나의 스토리텔링 구조로 가져가면서 과거의 사건들을 꿰어나가는 방식은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에서라면 전체적인 통일성을 주기도 하고 어느 순간 반전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16부작이라는 긴 호흡 속에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플래시백은 너무 과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하게 전개되었지만, 서사들만을 두고 보면 <삼식이 삼촌>은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즉 3.15 부정 선거를 앞두고 자유당과 민주당 그리고 혁신당의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여기에 올브라이트 재단의 군인 출신 장학생들을 부추겨 정한민(서현우) 같은 인물이 쿠데타를 모의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다, 안요섭(주진모)과 그의 아들 안기철(오승훈)을 중심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청우회 같은 기업인들의 욕망들이 겹쳐진다. 이 격동기에 이들의 치고받는 이야기는 그 소재만 보면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13부까지 공개된 상황을 두고 보면 <삼식이 삼촌>은 이 매력적인 서사의 소재들을 효과적으로 빚어내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우리가 기대한 것처럼 송강호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소재도 나쁘지 않고 삼식이 삼촌 같은 캐릭터화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건 바로 16부작으로 무리하게 늘린 데서 비롯된 일이다. 실제로 10회 이후로 가면 이미 이전 회차에 나왔던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시청자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다.
또한 첫 주에 5회차를 공개하고 매주 2회차씩을 공개한 후 마지막 주에 3회차를 모두 공개하는 이 방식이 <삼식이 삼촌>에 효과적이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이들이 복잡하게 저마다의 욕망으로 얽혀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일주일이 지나고 공개된 회차를 볼 때마다 이전에 어떤 전개가 있었는가를 상기하기가 쉽지 않다. 전편에 대한 소개가 들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몰입이 어렵다. 차라리 한 번에 공개해서 몰아보기를 할 수 있게 해줬다면 더 효과적일 작품이다.
이제 다음 주 마지막 3회차가 남았다. 꽤 지루하게 전개 과정이 이어졌지만 그 끝이 궁금한 건 사실이다. 애초 김산과 박두칠이 꿈꿨던 원대한 계획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3.15 부정 선거 이후 4.19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던 일련의 현대사를 우리는 알고 있고, 또 군부독재에 의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행됐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김산과 박두칠이 꿈꿨던 것들이 과연 이 실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실현될 것인지 궁금하다.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굳이 16부여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 또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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