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에 좌절된 바이든 계획...가자지구 임시부두 사실상 실패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늘리기 위해 가자지구 바닷가에 설치한 임시 부두. 미 중부사령부 제공 AP 연합뉴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기 위해 미국이 2억3000만달러(약 3161억 원)를 투입해 건설한 임시 부두가 가동을 시작한 지 한 달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 부두는 완공된 지 열흘여 만에 파도로 파손되면서 운영이 일시 중단됐고, 수리를 거친 이후에도 거친 물살로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시 부두가 급박하게 건설되는 과정에서 지중해의 거친 물살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물류 운송도 순조롭지 못해 사실상 운영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임시 부두는 지난달 17일 완공됐지만 얼마 되지 않아 파도로 구조물이 파손돼 수리를 위해 이스라엘 남부의 아슈도드로 보내졌다. 부두는 수주간의 수리를 거친 뒤 지난 8일 가동을 재개했지만, 거센 물살로 9일에 다시 중단됐고 11일에서야 재운영에 들어갔다.

WSJ는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는 임시 부두의 상태가 마치 악화하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비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시 부두가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물품 반입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재까지 이 해상경로로 반입된 구호 물품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자지구의 민간인 200만 명의 사정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WSJ는 또한 미군과 이스라엘군, 키프로스 정부, 국제개발처(USAID) 등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지중해의 거친 물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임시항구 계획에 따르면 부두는 파도가 적당한 수준인 ‘해상상태3’(sea state 3)을 넘어서면 사용할 수 없는데, 지중해는 자주 바람과 파도가 심한 ‘해상상태4’(sea state 4) 수준까지 가기 때문이다. 특히 다가오는 여름에는 물살이 더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돼 전망도 불투명하다. 키프로스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WSJ에 부두 폐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WSJ는 미 국방부가 부두를 3개월간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부두 운영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임시 부두가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