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 '네덜란드 첨단 농업교육' 씨앗 뿌린다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4. 6. 13.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에레스 손잡고 네덜란드식 농업교육 시스템 구축
경기도교육청이 여주자영농고와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를 네덜란드형 미래첨단농업교육학교로 혁신하기 위하여 네덜란드 에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세계적인 농업국가 네덜란드.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40% 정도밖에 안 되지만 농식품 수출액은 연간 1300억달러로 세계 2, 3위를 다툰다. 유리온실로 대표되는 스마트팜 경쟁력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다.

단순히 재배 기술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팜 운영에 꼭 필요한 설비와 장비, 농자재 그리고 농장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운영 기술 등 관련 전후방 산업 전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디지털농업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다.

농업인을 비롯해 국내 농업계 관계자들이 해외 선진 농업 사례를 배우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네덜란드인 이유다.

그런데 아무리 네덜란드 현지 농장을 자주 가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온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수박 겉 핥기식을 벗어나기 어렵다. 네덜란드 농업의 핵심 경쟁력은 사실 현지 농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다루는 농업인을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네덜란드 같은 농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형 농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이 추진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첨단농업교육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네덜란드 최고의 농업 인재 양성 교육기관인 에레스(AERES)와 손을 잡았다.

에레스는 농업 인재 양성을 위해 3가지 형태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중등직업학교(VMBO)와 고등직업학교(MBO), 응용과학대학(HBO)이 그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만 4세에 시작되는 8년간의 초등학교 과정이 끝난 뒤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맞는 중등학교 한 곳을 선택해 진학한다.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세 종류의 중등학교 중 하나가 바로 직업인이 되기 위한 VMBO이고, 4년간의 VMBO 과정을 마치면 다시 4년 과정의 MBO로 진학해 사회 진출을 준비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교 2학년으로 시작해 2년제 전문대를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이후 실무 학사 학위를 받기 위해 다니는 실무 중심 대학이 바로 4년제 HBO다. 에레스는 농업 분야의 VMBO, MBO, HBO를 모두 보유한 종합직업학교로, 네덜란드 전역에서 24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 수는 1만5000명, 교직원 수는 2400명에 달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에레스와 제휴해 도내 농업학교 한 곳을 미래 첨단농업교육학교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 대상이 바로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와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다.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는 졸업 후 전문학사 동등 인정 학위가 수여된다. 두 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5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여주시에 위치한 캠퍼스 면적이 300㏊(약 30만평)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다. 1945년 개교해 역사가 길고 학교 내에 다양한 교육과 실습시설, 학교림 등을 갖추고 있지만 그동안 유지보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후화가 심각하고 시설 이용률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함께 농업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여주농업학교(여주농고+전문학교)를 활용한 농업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작황이 수시로 악화되고, 극심한 고령화에 따른 농업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식량안보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농업 인재 육성의 시급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농업에 첨단 기술 적용이 확대되면서 농업 교육도 함께 첨단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주장에 공감해 여주농업학교를 네덜란드형 첨단농업학교로 혁신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다.

임 교육감은 "농업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산업일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과 비교해도 부가가치가 엄청나게 큰 산업"이라며 "한국 농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 육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임 교육감의 지휘 아래 여주농업학교를 네덜란드형 첨단농업학교로 혁신하는 작업에 나섰다.혁신의 1단계는 2년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를 여주국제첨단농업학교(YIHAC)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어 여주자영농고를 여주스마트국제농업고로 전환하는 것을 2단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여주국제첨단농업학교는 에레스의 교육정신을 국내 현실에 맞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은 기업과의 협력과 실습 위주의 교육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거의 취업에 성공하는 에레스처럼 국내 농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의 국제화에도 바로 시동을 걸 예정이다. 국내 학생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등 아시아 학생들을 유치해 아시아판 에레스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도 내 교사·교수들의 네덜란드 현지 에레스 연수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