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피플 365] 최소 선량으로 최적의 영상 만드는 섬세한 방사선사
의료기사 면허 중 하나인 방사선사는 보건복지부 법령에 따라 국가고시를 통해 배출된다. 의사의 지도를 받아 영상의학과 관련 업무를 한다. 요양기관과 건강검진센터가 늘어나면서 2020년 기준 전국 방사선사는 4만 5271명으로, 10년 전 대비 1만 8166명 증가했다. 매년 약 2000명의 방사선사가 새로 나온다.
법령에 따르면 방사선사는 의사, 치과의사의 진단 및 처방에 따라 규정된 의료기술을 토대로 인체의 질병, 장애 등의 진단을 위해 방사선 관련 방사성물질 및 장비 등을 취급, 관리하여 진단정보 제공 및 치료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김진희 방사선사(42)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방사선사는 '양날의 검'과 같은 방사선을 이용해 환자의 치료 여정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며 "의사의 처방과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정확하고 안전하게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와 직접 만나기 때문에 '방사선사만의 역할' 또한 있다"고 밝혔다. 김 방사선사는 2005년 면허를 취득하고 2009년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사해 15년간 일반진단실, 수술실, CT진단실, 초음파진단실(현재) 등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의료기사로 꼽힌다. 최근에는 ≪방사선사는 이렇게 일한다≫ 책을 발간해 큰 관심을 모았다.
―2005∼2009년, 즉 분당서울대병원에 취업하기 전에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대학교 시절 대학병원에 취업하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경력을 쌓으려고 여러 가지 이름의 형태로 계약직 근무를 했습니다. 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무보수 근무도 했었고, 비정규 계약직으로 월급 80만원을 받고 일하기도 했습니다. 또 단시간 계약직으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2년간 계약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2009년 7월에 정규직 인턴으로 입사해서 지금껏 근무 중입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주로 하나요.
"입사 초기에는 영상의학과의 일반진단 파트에서 근무하고, 이후 7년 동안 CT파트에서 근무 하고, 지금은 초음파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초음파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사선사는 초음파진단기기를 관리하며 초음파검사 보조, 조직검사의 검체 관리, 초음파검사 예약, 처방, 보험 등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방사선사는 이렇게 일한다'(청년의사 펴냄)를 출간하셨는데요.
"분당서울대병원 CS(고객 만족) 사내 강사로 활동하면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방사선사가 알아야 할 병원의 고객 만족 이야기와 대학병원 취업기를 연재한 것을 계기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병원 실습 경험담부터 국가고시로 방사선사 면허를 취득 후 병원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화들, 생업의 현장인 병원에서의 역할, 환자·동료와의 에피소드, 미래 전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방사선사라는 직업은 환자의 진단부터 완치 그리고 완치된 후에도 남은 여정을 함께하는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방사선사라는 직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방사선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래의 방사선사들에게는 방사선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검사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많이 있습니다.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순간들, 환자의 불명이나 이의 제기, 예약검사가 지연되고 있을 때 등이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방사선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환자를 응대하는 모든 직원이 느끼는 어려움일 것입니다."
―방사선사의 업무역량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대표적으로 초음파사입니다. 2018년 상복부 초음파 급여 관련하여 의사의 검사만 급여로 인정하겠다는 발표에 전국의 초음파사들과 방사선사 협회가 이의를 제기하여 변경되었습니다. 의사의 입회하에 검사한 것도 급여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초음파사는 의사가 하는 검사를 방사선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공부와 노력을 하게 됩니다."
―초음파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초음파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몇 년 전에 미국 초음파사 자격증(ARDMS)을 취득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자격증인데요, 미국진단초음파협회에서 주는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초음파 기본 이론과 초음파 물리를 공부하고 전공과목을 공부하는데 정말 큰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저의 자랑이 아니라, 이미 초음파사로 근무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초음파사를 하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공부하고 경험을 축적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하는 검사를 해야 하니까요."
―방사선사의 비전 중 초음파사 말고 다른 것은 없나요.
"방사선사는 병원 내에서 가장 큰 장비를 다룹니다. 초음파사와 같이 업무역량 확대도 있지만 방사선사는 이러한 장비들과 방사선을 다루며 환자를 검사합니다. 그 특성에 맞게 장비를 다루고 선량을 조절하며 검사가 안전하고 이루어지고 많은 양의 정보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 장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가 필요할 것이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방사선사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언제, 어떨 때 보람을 갖게 되나요.
"방사선 장비는 자동화가 많이 되어있고,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검사하게 되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이 필요하고 환자를 응대하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환자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서 환자의 상황에 맞게 검사를 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저 스스로 '섬세하게 검사하는 방사선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갑자기 부끄럽습니다만…) 섬세하게 검사를 종료했을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검사할지를 고민하고 환자를 달래가며 검사하기도 합니다. 어떤 할머니가 응급 검사를 마치고 나가시며 제 손을 잡고 '하나도 아프지 않게 검사해 주어 너무 고마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고객 만족과 고객 경험이 중요한 요즘, 사내 강사로 활동하면서 강의를 들은 직원들로부터 '고객 경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30대에는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았는데, 40대가 되면서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 3회 30분 달리기를 꼭 하려고 합니다. 출근하기 전, 집 앞에 있는 탄천에서 30분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10㎞ 마라톤 완주도 했습니다. 건강관리도 건강관리지만 30분 달리기만으로도 성취감이 있어 꾸준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좌우명과 생활신조가 있나요. 취미나 특기는?
"좌우명은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자' 입니다. 나의 마음과 소통하고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취미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이고요. 아무래도 워킹맘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드는 취미보다 앉아서 하는 것들을 좋아하네요."
―앞으로 인생에서의 특별한 계획 같은 것이 있나요.
"사부작사부작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써서 이런 기회가 왔듯,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또한 20년차 방사선사로서 후배들뿐만 아니라 저를 위해 '코칭'을 배워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는데, 항상 가슴에 명심하는 것이 있나요.
"방사선 계측학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방사선사는 선량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한다. 최소의 선량으로 최적의 영상을 만드는 것, 그것은 방사선사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말을 품고 방사선사로 일해왔습니다. 이것이 내가 20년째 방사선사로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사선사의 중심, 심지, 코어근육'입니다. '방사선사는 선량에 대해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미래의 방사선사들에게 이 내용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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