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 기적의 약 ‘스타틴’ 개발자, 엔도 아키라 별세

이정아 기자 2024. 6. 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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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기적의 약 '스타틴'을 개발한 엔도 아키라(遠藤章·90) 도쿄농공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별세했다.

당시 미국 제약사인 머크는 엔도 교수가 발견한 스타틴과 화학구조가 비슷한 로바스타틴을 찾아내, 1987년 첫 스타틴 계열 약물인 메바코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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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기적의 약 '스타틴'을 개발한 엔도 아키라(遠藤章) 도쿄농공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90세다. 사진은 2008년 래스커상 수상자 모임에 참석한 엔도 아키라 교수./래스커재단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기적의 약 ‘스타틴’을 개발한 엔도 아키라(遠藤章·90) 도쿄농공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별세했다. 도쿄농공대는 지난 11일 일본 NHK 방송에 엔도 교수가 도쿄의 한 요양시설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엔도 교수는 1933년에 아키타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 농학부를 졸업했다. 제약회사 산쿄에서 1973년 푸른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스타틴이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억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크게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타틴은 1987년 미국에서 동맥경화 약으로 발매됐다. 스타틴은 세균 감염에서 인류를 구한 항생제인 페니실린과 함께 ‘기적의 약’이라고 불린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지방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적정량이 필요하지만, 저밀도 지질단백질인 나쁜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많으면 혈관에 쌓인다. 이러면 동맥이 좁아지고 혈류를 막아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졸중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엔도 교수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독버섯을 끓여 독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배운 후 곰팡이에게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영국 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에서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에도 영감을 받았다. 엔도 교수는 2년 동안 곰팡이와 버섯 6000종을 연구했다. 그는 1973년 쌀에서 자라는 푸른곰팡이로부터 콜레스테롤 합성을 방해하는 물질인 메바스타틴을 발견했다.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단독 화합물로는 첫 발견이었다.

그는 닭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학계에 발표했다. 개와 인간을 대상으로도 수많은 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미국 제약사인 머크는 엔도 교수가 발견한 스타틴과 화학구조가 비슷한 로바스타틴을 찾아내, 1987년 첫 스타틴 계열 약물인 메바코를 출시했다. 일본 산쿄는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함께 1990년 프라바콜(성분명 프라바스타틴)을 출시했다.

지금까지 승인받은 스타틴 계열 약물은 수십 종이다. 전 세계 고지혈증 환자와 심뇌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이들 약물을 복용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에 따르면 전 세계 2억명 이상이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 등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엔도 교수는 2008년 이 업적으로 ‘미국 노벨상’이라 불리는 래스커상을 받았다. 영국 심장재단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최고과학·의료책임자는 12일 영국 BBC에 “엔도는 인류를 구한 뛰어난 과학자”라며 “전 세계 수백만명 생명을 구하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원 때부터 17년 간 엔도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도쿄농공대의 렌미 에지 명예교수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엔도 교수는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자세를 무엇보다 소중히 했던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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