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고발까지 당한 쿠팡… 공정위 플랫폼법 힘 받나
정치권도 재입법 추진 중
유통업계 “입법 필요성 의문”… 역차별 논란도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13일 자사 브랜드 제품(PB)을 부당하게 우선 노출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급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 부과와 함께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추진하던 플랫폼법(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력이 커지느냐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과 자회사 CPLB(PB제품 전담 납품회사)가 공정거래법이 금하는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이 검색 순위를 보여주는 ‘쿠팡 랭킹’과 관련, PB가 상위에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통한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두 법인 회사를 모두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쿠팡은 공정위가 ‘상품 진열’을 문제로 지적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쿠팡 랭킹은 빠르고 품질이 높으면서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고객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쿠팡을 찾는다”며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 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 조치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쿠팡 제재로 얻은 플랫폼법 당위성… 정치권 “재입법해야”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 제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법은 플랫폼 산업계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게 핵심이다. 이때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최혜 대우와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 상대방이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제한 등의 금지 사항을 적용받는다. 위반 시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공정위의 입장은 기존의 공정거래법은 사후 규제만 있기에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 또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우니,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를 미리 정하고 규제해 문제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플랫폼법 재입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플랫폼법은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채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다만 플랫폼법 제정에 정부·여당과 야당이 큰 이견 차이는 없다. 여기에 야당인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대표적인 법안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온플법이다. 박 의원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온플법을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도 재추진할 예정이다.
김남근 전 변호사도 민주당 소속으로 이번 국회에 입성해 플랫폼법 재입법 추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변호사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법과 유사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 “역차별 규제에 불과” 반발도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이 재입법을 추진할 정도로 꼭 필요한 법안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밝힌 쿠팡의 부당 행위는 업계 관행은 아니다. 쿠팡이 물타기 성 발언을 하는 것”이라며 “업계의 한 부분이 잘못됐으면 그 부분만 도려내면 된다. 모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가선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는 이번 제재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플랫폼법 입법 추진은 아직 과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발(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의 공습에 국내 플랫폼만 과도하게 규제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테무 외에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한 해외 커머스 사업자들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만 규제하는 건 역차별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하나에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세업체 등이 입점해 있다. 플랫폼 규제 하나로 그들도 함께 장사를 못 하게 하는 것”이라며 “결국 중국 등 해외 커머스의 국내 침투력을 높여주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앗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도란 규제로 국내 플랫폼이 몰락할 경우 생길 경제적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