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공매도 운동장` 바로 잡힐까…"여전히 부족한 수준"
개인 투자자들이 주장하던 공매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불만을 정부가 대부분 수용했다. 기관과 개인 모두 주식을 빌린 뒤 90일 내에 갚도록 통일했고, 기관 대차에 비해 높았던 개인의 대주 담보비율을 조정했다.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이후 오히려 기관보다 개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3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이후 당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함께 제도 개선에 착수한 뒤 최종안을 내놨다.
이날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에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 사이의 공매도 거래조건 불평등 해소안이 담겼다. 그간 기관과 법인이 주로 이용하는 '대차' 조건에 비해 개인이 주로 이용하는 '대주'의 차입조건이 달라 기관에 비해 개인이 불리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차는 상환기간 제약이 없고, 통상 담보비율이 105%인 반면 개인 대주는 최대 90일까지 빌린 주식을 상환해야 하고, 담보비율도 120%가 적용됐다. 지난 2022년 대차 상환이 12개월을 넘긴 공매도 건수가 전체의 9.3%에 달하기도 했다.
이번 개선안에는 공매도 목적 대차도 상환기간을 90일로 제한하고, 최대 12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주 담보비율도 120% 이상에서 105% 이상으로 낮춰 대차와 대주의 조건을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금융당국은 대여자 요구시 중도 상환해야 하는 대차보다 중도상환요구를 할 수 없는 대주가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200 주식의 담보비율을 120%로 유지한 것도 대차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처벌 수위가 낮아 기관들의 불법 공매도가 끊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개선안에 반영했다. 벌금을 기존 부당이득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징역도 부당이득액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불법 공매도나 불공정거래시 최장 10년간 주식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임원선임 제한 명령, 계좌 지급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밖에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거래소 중앙점검시스템 구축, 기관 잔고관리 전산시스템 및 공매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화 등의 내용이 개선안에 포함됐다.
정부는 시스템 의무화, 처벌 강화 등을 위한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규 개정으로 가능한 대주 담보비율과 공매도 잔고 공시기준 등은 3분기에 바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날 금융위는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중앙시스템이 구축되는 내년 3월까지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개선안이 시행되면 외국인과 기관 등이 요구했던 규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봤다. 특히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67%에 달하는 국내 증시의 특성에 따라 엄격한 공매도 규제가 요구되는 것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해도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개선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개인과 기관이 동일한 조건에 서는 것이 아닌 기관의 허들을 높여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시장에서 공매도 주체가 개인 투자자보다 39배의 수익을 가져간 만큼 기관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공평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처벌 강화나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은 환영하지만 상환 기관과 담보 비율은 부족한 수준"이라며 "최대 1년의 상환기간을 보장하고 텀 없이 바로 또 공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무기한 연장보다는 나아진 면이 있지만 1년도 여전히 길다"고 말했다.
이어 "90일 강제 상환과 상환 후 1개월간은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으로 해야 공매도 폐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담보비율도 개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했지만,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인 만큼 효과도 그정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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