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수수 혐의도 인정" …'마약 상습 투약' 오재원 충격 행보, 대리처방 건 남았다

김민경 기자 2024. 6. 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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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오재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 오재원은 영장실질심사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대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상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고, 결국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 속에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오재원(39)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 과정에 있는 가운데 필로폰 수수 혐의도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재원의 변호인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 심리로 열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모두 자백한다"고 밝혔다. 오재원은 지난해 11월 지인이자 공급책 이모씨로부터 필로폰 약 0.2g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오재원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 등으로 먼저 구속기소돼 같은 법원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받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받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 등도 있다.

여기에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A씨가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보복 목적으로 폭행·협박한 혐의도 있다. 오재원은 이 재판에서도 폭행·협박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모두 인정했다.

오재원은 은퇴 전까지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 조명받던 선수다. 2007년 1군에 데뷔해 2022년까지 통산 1571경기에서 타율 0.267(4321타수 1152안타), 64홈런, 289타점, 289도루를 기록했다. 주전 2루수 고영민(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2010년부터 부동의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오재원이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젊은 날을 기억하는 이들은 마약사범으로 전락한 오재원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대리 처방 건은 동료이자 후배 선수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오재원은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주장이었다. 리더로서 불의에는 앞장서서 맞서고, 뒤에서는 후배들을 챙기면서 팀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수면제와 마약에 빠지기 전의 이야기다. 한때 동료들에게 인정받은 리더이기도 했고, 대선배라는 이유로 대리 처방을 강요하면서 현재 두산 구단까지 피해를 떠안은 상황이다. 두산은 현재 대리 처방에 연루된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고 있고, 주전급은 없으나 팀이 올 시즌 기대 전력으로 분류했던 선수들이 포함돼 있어 엔트리 운용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리 처방 연루 선수들은 현재 경찰 조사는 다 마친 상황이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

▲ 두산 베어스는 2022년 10월 8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에 오재원 은퇴식을 마련했다. 당시 오재원은 1부 행사를 마치고 홈팀 더그아웃에 도열해 있는 두산 선수단을 쳐다보지도 않고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오재원 ⓒ 연합뉴스

야구계는 제2의 오재원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오재원과 아무 인연이 없음에도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우선 안타깝다. 야구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안타깝다. 야구계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들이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선배로서 면목이 없다"고 했다.

프로야수선수협회는 선수들이 오재원 사건을 거울삼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길 바랐다. 김현수 선수협회장(LG 트윈스)은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선배의 강압에 의해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많이 변화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위계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가 후배를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그러한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배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면 명백하게 선배의 잘못이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거절하기 힘들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 선수협회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다. 협회가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또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 가지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프로선수인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유혹에 노출되었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 개인의 일탈이 혼자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유혹을 뿌리치기 바란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 선수협회가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 오재원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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