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숙소, 45년간 쓴 유생의 일기···등록문화재 된다
독립운동가 민영환의 ‘민영환 유서(명함)’는 등록
일제에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숙소인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유생 기행현이 45년 동안 쓴 일기인 ‘홍재일기’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또 독립운동가 충정공 민영환의 유서가 적힌 명함인 ‘민영환 유서(명함)’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국가유산청은 “‘민영환 유서(명함)’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과 ‘홍재일기’를 등록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등록이 예고된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三菱) 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합숙생활을 한 곳이다. 지금의 연립주택처럼 여러 집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어 속칭 ‘줄사택’으로 불리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도시 노동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주거공간으로 사용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등록이 예고된 유산의 범위는 부평구 소재 1329㎡에 해당하는 34필지”라며 “일제강점기 역사와 주거사 측면에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홍재일기’는 전북 부안군에 살던 유생 기행현이 23세이던 1866년부터 68세이던 1911년까지 약 45년 동안 쓴 일기다.
모두 7권(책)이며 1책의 제목은 ‘도해재일기(道海齋日記)’, 2책부터 7책까지의 제목은 ‘홍재일기(鴻齋日記)’라고 되어 있다. 홍재일기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부안을 중심으로 한 당시 지역사회의 변화상과 동학농민혁명 등 역사적 사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홍재일기’에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을 알린 대규모 군중집회인 백산대회가 열린 일자가 1894년 음력 3월 26일로 기록돼 있는데, 이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다. 국가유산청은 “‘홍재일기’는 현재 후손이 보관하고 있다”며 “19세기 말~20세기 초 역사상·사회상을 새롭게 조명하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민영환 유서(명함)’는 대한제국의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인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이 을사늑약에 반대하고 독립을 강조하며 순절할 당시 동포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유서가 적힌 명함이다.
충정공 민영환은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강력하게 저항했으며, 1905년 11월 30일 자유독립을 강조하며 자신의 명함 앞뒤 여백에 연필로 빼곡하게 유서를 남기고 순절했다. 이 명함은 민영환의 옷깃 속에서 발견됐으며 마지막 부분에 ‘결고(訣告) 아(我) 대한제국(大韓帝國) 이천만(二千萬) 동포(同抱)’고 적혀 있어 동포들에게 남긴 것임을 알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유서가 적힌 명함은 봉투에 넣은 채로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가 1958년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됐다”며 “자결 순국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충정공의 정신을 후세에게 알릴 수 있는 사료적·문화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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