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노동권 축소 법안 막아달라” 아르헨 격렬 시위…상원은 법안 가결
아르헨티나에서 대통령이 밀어붙인 급진적인 자유지상주의 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2일(현지시간) 경찰과 충돌했다. 상원은 오랜 토론 끝에 법안을 가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의회 앞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급진적인 경제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사회적 합의 없는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일부 야당 의원과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전날 밤부터 의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이날 낮에는 도로를 행진하며 “긴축재정과 규제 철폐, 민영화, 노동권 축소 등을 담은 정부의 개혁안을 거부해 달라”고 외쳤다.
초반에는 평화로운 행진이 이어졌지만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넘어 의회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이 저지에 나서자 일부 시위대는 돌멩이를 던지며 맞섰고, 경찰은 경찰관들 장갑차와 살수차까지 동원해 물과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에 있던 차량 두 대를 뒤집고 불을 지르며 저항했다.
충돌이 커지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야당 의원 5명을 포함해 7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밖에도 수십 명이 다쳐 응급치료를 받았다고 인포바에 등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이날 충돌로 최소 20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으며 시위 현장에서 최소 18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의회 밖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동안 상원은 밀레이 대통령이 제출한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의원들은 11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찬성 37표 대 반대 36표로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이어 상원은 개별 조항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와 노동권 축소, 대통령 권한 강화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1년간 경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해 대통령에게 연방기구 해산권을 부여하고 공공기업 10여 곳을 민영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법정 퇴직금 감축, 관세 인상 등 광범위한 개혁안을 포함하고 있어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 지난 4월에는 야당과 지난한 협상을 벌인 끝에 당초 옴니버스 법안에 담겼던 664개 조항을 238개로 줄여 하원 문턱을 넘었다.
극우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250%를 넘는 등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에서 경제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업고 당선됐다. 자칭 ‘무정부 자본주의자’인 그는 취임 직후부터 빠른 속도로 과격한 개혁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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