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갔다” 인도·스리랑카, 우크라전 투입된 자국민 보호 나서
인도와 스리랑카가 해외 일자리 사기 등으로 속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13일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최근 러시아군에 징집된 인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 당국에 신속히 시신을 돌려주고, 러시아군에 복무 중인 모든 인도 국민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인도는 러시아군에 인도 국민 모집을 중단하라고 요청하며 자국민에게도 러시아에서 취업 기회를 찾을 때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인도 경찰은 돈벌이가 되는 일자리나 대학 진학을 약속하며 청년들을 러시아로 유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인신매매 조직과 관련된 4명을 체포했다. 인도 중앙수사국(CBI)에 따르면 인도 남성 약 35명이 이러한 수법에 속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리랑카 의회 또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진 스리랑카인 최소 2000명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시작했다. 최근 스리랑카 경제가 위기에 처하며 많은 청년과 은퇴한 군인들이 해외 일자리를 찾았는데, 특히 용병이 수입이 좋아서 군에도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 용병 모집 광고에서는 2100달러(약 288만원) 이상의 월급을 약속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스리랑카 평균의 13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현지에 도착한 후 연락이 끊기거나 “속았다”는 취지로 가족들에게 연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스리랑카인 16명 이상이 죽고 37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러시아로 간 이들의 가족들은 스리랑카 콜롬보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송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남편이 속아서 러시아로 갔다는 한 여성(49)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우리는 직업소개소에 1만달러(약 1375만원)를 냈다. 집은 저당 잡히고 가진 걸 전부 팔았다. 남편을 다시 데려오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41)의 군인 출신 남편은 비전투원으로서 모스크바에 도착한 이후 한 달이 지나며 소식이 끊겼다. 그는 “마지막 전화는 살려달라고,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었다”고 AFP에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일자리를 찾아 유인된 자국민 약 12명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포로로 잡혀 있다고 파악했다. 러시아군에 합류했다 탈영해 돌아온 스리랑카인도 최소 22명으로 추정된다. 스리랑카 경찰은 불법적으로 러시아 용병 업체의 모집 대리인 역할을 한 혐의로 전직 장군 2명과 관계자 6명을 체포했다. 아울러 스리랑카 외교부는 “러시아가 더는 스리랑카인을 군에 모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표단을 파견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인력을 끌어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자군 내 용병 규모와 외국인 전쟁포로 숫자는 밝힌 바 없다. 해외 용병 수천명 중 다수가 남아시아 출신으로 알려졌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 4월 알자지라는 각국 정부와 언론 보도, 탈영병의 증언 등을 종합해 네팔인 약 200명, 인도인 약 100명, 스리랑카인 수백명이 러시아군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 간 이들도 소수 있다고 전해졌다.
인도와 스리랑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스리랑카인 모집을 지원했다는 소식에 긴장이 촉발됐다고 AFP는 보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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