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행 돕는 입는 로봇 개발…"역대급 성능 구현"

이병구 기자 2024. 6. 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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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개봉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전자바지 소동'에서 주인공이자 발명가인 월레스는 반려견 산책 등을 수행하는 만능 '전자바지'를 구해 그로밋에게 선물로 준다.

전자바지처럼 만능은 아니지만 비장애인뿐 아니라 이동이 어려운 사람이 입으면 보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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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직접 테스트하지 않고 시뮬레이션만으로 학습한 보행 보조 로봇이 개발됐다. Weibo Gao 제공

1993년 개봉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전자바지 소동'에서 주인공이자 발명가인 월레스는 반려견 산책 등을 수행하는 만능 '전자바지'를 구해 그로밋에게 선물로 준다. 전자바지처럼 만능은 아니지만 비장애인뿐 아니라 이동이 어려운 사람이 입으면 보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됐다.

하오 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팀은 시뮬레이션으로 걷고 뛰는 동작을 학습시켜 사람의 보행에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 외골격(Exoskeleton) 로봇을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인체 외부에서 근육 등을 지지하거나 힘을 보태주는 외골격 로봇은 인간의 운동 능력을 향상하고 장애인들의 이동 능력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오랜 시간에 걸친 인체 테스트와 조절 과정이 필요해 설계가 복잡하고 비용·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 해결 과제다. 인간이 직접 착용하지 않고 시뮬레이션만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아 사람에게 적용할 때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은 허리부터 허벅지 사이에 착용해서 골반의 고관절 움직임을 돕는 형태다. 허벅지에 있는 관성 센서(IMU)가 착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골반 옆에 있는 구동장치(액추에이터)가 작동해 움직임을 돕는다.

208개의 근육(왼쪽 위)과 고관절 외골격 로봇(왼쪽 아래)로 구성된 모델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여러 활동을 시뮬레이션(가운데)한 뒤 실제로 사람에 적용(오른쪽)하는 과정. Nature 제공

연구팀은 모션캡처(motion capture) 방식을 활용해 로봇을 학습시킬 데이터를 모았다. 사람 몸에 좌표를 인식하는 센서를 여러 개 붙이고 동작을 수행하는 동안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로봇을 훈련시켰다. 로봇은 208개의 근육으로 이뤄진 인체 모델을 통해 단 8시간 만에 수백만 번에 달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수행했다.

학습된 고관절 외골격 로봇을 실제로 사람에게 착용시킨 뒤 달리기,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의 동작을 수행하도록 했다. 로봇은 착용자의 동작에 따라 움직임을 돕는 힘의 형태가 변화했다. 각 동작이 섞인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착용자의 신진대사율을 통해 로봇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 로봇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걸을 때 24.3%, 뛸 때 13.1%, 계단을 오를 때 15.4% 대사율이 낮아졌다.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문헌에 보고된 걷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용 휴대용 고관절 외골격 중 최고 성능"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훈련됐지만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뇌졸중, 뇌성마비 등 장애가 있는 사람의 보행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 데이터를 활용하면 장애인을 지원하는 데 적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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