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군기훈련 받다 숨지나 [왜냐면]

한겨레 2024. 6. 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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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필자가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였다.

견디기 힘든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고 신체에 가혹한 고통을 가하는 방식으로 군기를 잡고 훈육하던 시절이었다.

필자가 군 의문사 사건을 조사할 때, 시골에서 올라온 노모가 내 옷소매를 붙잡고 "군에서 단체 기합(군기 확립)을 받다가 숨진 늦둥이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목놓아 울부짖던 모습이 지금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군기 훈련을 하다가 훈련병이 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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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와 현역 장병 부모들이 훈련병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고나린 기자

문영호 |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과거 필자가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였다. 견디기 힘든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고 신체에 가혹한 고통을 가하는 방식으로 군기를 잡고 훈육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열중쉬어 자세로 두 손을 등 뒤에 모으게 한 뒤 태권도의 주춤서기(기마 자세) 자세로 양쪽 눈을 감게 하고(이른바 소등) 배를 앞으로 쑥 내밀게 해 각목으로 복부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맞은 배를 움켜잡고 바닥에 뒹굴면 다시 일으켜 세워 반복적으로 때렸다. 그 후유증으로 불편을 겪다가 결국에 지방의 한 국군통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재발해 지금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슬픔이 ‘참척’(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이라고 한다. 필자가 군 의문사 사건을 조사할 때, 시골에서 올라온 노모가 내 옷소매를 붙잡고 “군에서 단체 기합(군기 확립)을 받다가 숨진 늦둥이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목놓아 울부짖던 모습이 지금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육군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응급 호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해 이틀 뒤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군기 훈련을 하다가 훈련병이 숨지나. 요즘도 여전히 ‘까라면 까야 한다’를 외치는 과거 시대의 병영에 머물러 있는 듯한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육군의 다른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이 사망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에는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원이 순직했다. 특히 그 이후 지휘자의 책임 조사과정에 외압 의혹까지 불거졌다. 초저출산 등으로 인해 인구 급감으로 해마다 입대자가 줄고 있어 군 전투력의 근간을 위협하는 터에 군 안전사고마저 자주 일어난다면 누가 국가를 믿고 귀하디귀하게 키운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는가.

무엇보다 20여년을 애지중지 공들여 키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그 부모들의 심정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그저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지쳐 눈물마저 말라가는 애끊는 심정만이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식을 둔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먼저 간 아들을 가슴에 묻고 남은 평생을 형언하기 힘든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답답하다. 국가는 어째서 개인의 자유를 나라에 봉납한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들이 국가에는 일개 병사일지 모르겠지만, 그 부모에게는 온 세상의 전부이고 우주일 게다.

요즘은 초저출산으로 인한 병역 자원 부족으로 과거에는 징병하지 않았을 이들도 현역병으로 군 복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엠제트(MZ)세대는 소통을 중시하고 자신의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며 권위주의를 부당하게 여기고 개인존중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군 당국과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안전사고 재발 방지에 특단의 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군 사망사건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끝으로 이 지면을 빌려서 못다 핀 채 안타깝게 저버린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또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참척의 고통과 슬픔으로 평생을 지새울 부모님들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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