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전선’ 구축 나선 유통가…자사에 없는 ‘장점’ 찾아 뭉친다

조유빈 기자 2024. 6.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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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통해 물류 확대하는 신세계, CU로 고객 접점 늘리는 현대百
‘합종연횡’으로 영역 확장…쿠팡·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업계도 분주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 등을 마주한 유통업계가 '연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사에 없는 타사의 장점을 가장 빠르게 취하기 위해서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CJ그룹, 현대백화점과 BGF리테일이 손을 잡으면서 중국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연합 작전은 시작됐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네이버쇼핑을 통해 온라인 소비자 수요를 노리고 있고, 쿠팡은 유튜브와 함께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신세계와 CJ가 손을 잡으면서 CJ대한통운이 G마켓 스마일배송, SSG닷컴 쓱배송·새벽배송을 각각 맡게 됐다. ⓒ연합뉴스

상품 개발 등 본업 집중…판매·물류는 '특화 강자'에

최근 오프라인 유통 1위 신세계와 택배 1위 CJ대한통운을 보유한 CJ의 연합이 유통가의 이목을 끌었다. 연합의 첫 움직임은 '이커머스 물류'에서 나타났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과 SSG닷컴의 물류부터 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한 것이다. G마켓의 스마일배송, SSG닷컴의 쓱배송·새벽배송 물류를 대한통운이 맡게 되는데, 연간 5000만 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대한통운이 처리한 택배의 3.1%에 해당한다.

신세계가 CJ와 동맹을 맺은 것은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한 '배송 속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물류 강자'인 대한통운에게 배송을 맡기게 되면서, 상품 개발·판매 채널인 신세계는 본업에 집중할 여력도 늘어났다.  

업계는 신세계가 물류 위탁을 통해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한통운의 내일 도착 보장 서비스인 '오네(O-NE)' 등을 통해 배송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 산지 농산물 매입 등 물류도 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은 전날부터 편의점 CU를 통해 자체 캐릭터로 디자인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지 않는 현대백화점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편의점 강자'인 BGF리테일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에는 없는 '근거리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이 자체 캐릭터 상품을 외부 채널에서 유통하는 것은 최초다. 소비자들이 자체 캐릭터인 '흰디'에 친근감과 익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가장 점포 수가 많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CU 점포 수는 최근 1만8000개를 돌파한 바 있다.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SSM ⓒ네이버 제공

유통망·판매처 강점 지닌 온·오프라인 플랫폼도 협업

협력의 움직임은 이커머스에서도 가시화됐다. 특히 '상품'과 '쇼핑 채널', '유통망'과 '배달'이라는 상호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손을 잡는 사례도 늘어났다. 국내 주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네이버쇼핑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SSM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 외부업체와 제휴하면서 신규 고객 창출에 나서고 있다. GS더프레시와 GS25는 배달 앱 요기요와도 손잡고 '빠른 배달'의 강점을 취한 바 있다.

네이버쇼핑이나 요기요의 입장에서는 물류센터를 구축하지 않고도 마트나 SSM의 유통망을 통해 퀵 커머스를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특성을 파악한 네이버쇼핑은 최근 동네 시장과 백화점, 지역 마트와도 협업을 하면서 상품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최근 쿠팡은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쇼핑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매출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유튜브의 쇼핑 제휴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터가 제휴사 제품을 소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유튜브는 지난 4일부터 이 프로그램을 한국에도 출시하고 동영상 시청과 연계한 쇼핑 기능 확대에 나섰는데, 쿠팡이 첫 번째 제휴사가 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의 합종연횡은 비용 절감과 본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통업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협업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물류뿐 아니라 상품 개발, 유통,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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