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D-43, 2개 대회 연속 ‘노 골드’ 한국 유도, 파리에서 자존심 회복 노린다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노 골드’에 그쳤던 한국 유도가 파리에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김민종(24), 허미미(22) 등을 앞세워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을 노린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43일 앞둔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대표팀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오전부터 넓은 유도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서로 기술을 걸며 넘기고, 넘어질 때마다 쿵, 쿵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자 최중량급인 100㎏이상급 대표 김민종은 어느새 한국 남자 유도의 간판으로 부상했다. 도쿄 올림픽 16강전에서 탈락했던 그가 3년 만에 부쩍 성장했다.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 루카스 크르팔레크(체코)와 은메달을 딴 구람 투시슈빌리(조지아)를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파하고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이 크게 솟았다. 김민종은 “고된 훈련에 하루 하루 죽을 것 같다”면서도 “올림픽 메달은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노력해야 얻는다고 했다.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운동하는 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장동 정육점 아들’로 유명세를 탄 김민종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부모님과 함께할 만찬을 기대하고 있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다.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유언으로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유도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정성숙(61㎏급), 조민선(66㎏급) 이후 29년 만이다. 고된 훈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태생적으로 밝은 성격이지만 허미미의 목표는 분명하다. 대표팀 프로필 장래희망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적어냈다.
대표팀은 김민종과 허미미를 비롯해 남녀 11명이 올림픽에 나선다. 파리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남자부 김원진(32)과 안바울(30)이 각각 60㎏급과 66㎏급에 출전한다. 안바울은 2016 리우에서 은메달, 2020 도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금메달 하나가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남았다. 81㎏의 이준환(22)도 최근 페이스가 좋다. 황희태 감독이 주목하는 금메달 후보 중 하나다. 90㎏급 한주엽(25)은 마지막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만큼 각오도 강하다. 여자부는 48㎏급 이혜경(28)과 52㎏급 정예린(28), 63㎏급 김지수(24), 78㎏급 윤현지(30), 78㎏이상급 김하윤(24)이 허미미와 함께 파리행 티켓을 끊었다. 5월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하윤도 파리 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힌다.
올림픽이 다가올 수록 유도를 향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2015년 카자흐스탄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한껏 분위기가 좋아졌다. 과거 올림픽과 비교해 파리 올림픽의 메달 기대치가 비교적 낮은 가운데 유도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중이기도 하다.
도쿄올림픽 직후인 2021년 새로 부임한 김미정 여자 대표팀 감독은 “(2021년) 당시만 해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국제대회에 나가보니 우리 선수들이 절대 밀리지 않더라”며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지만, 일단은 색깔에 관계없이 1~2개의 메달을 노려보겠다. 우리 선수들을 더 믿어주시라”고 말했다. 김 감독과 같은 시기 남자 대표팀을 맡은 황희태 감독은 더욱 더 단호한 어조로 올림픽 각오를 드러냈다 황 감독은 “유도가 침체기라고 하는데,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고 다시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파리 올림픽이 중요하다”면서 “욕심 같아서는 금메달 2개라고 당당히 얘기하고 싶지만, 일단은 금메달 하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진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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