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이제 쓸모 없어진 생산 요소인가? [마스턴 김 박사의 說]
김선우 마스턴투자운용 전략기획실장·산업공학박사
경제학 원론에서는 생산, 즉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3요소로 노동, 자본 토지를 정의한다. 그 이후에 슘페터가 기술을 생산 함수 전체의 효율을 증대하는 4번째 요소로 추가한 모형을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모델을 단순화하면 노동을 투입한 대가로 임금을 받으며, 자본을 투입한 보상으로 이자와 배당을 지급하며, 토지를 투입한 대가로 지대를 수취한다. 많은 경우 생산 함수는 아래와 같이 자본과 노동을 중심으로 접근하며, 생산함수 자체를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즉 생산성을 증대하는 요인으로 기술을 언급하지만 전통적인 생산 요소인 토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자본의 투입과 관련된 경영학과 경제학의 연구는 무수히 많으며 노동 자원과 관련해서는 경영학, 경제학, 사회학, 인문학, 철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학문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토지는 이제 생산 요소가 아니거나, 의미가 감소하였는가? 토지가 모든 요소 대비 우위에 있다는 경제학 이론 하나를 살펴보자.
토지와 관련된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Henry George) 만큼 국내에서 오해받고 있는 학자도 없을 것이기에,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토지와 관련된 이슈를 얘기해 보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다수의 칼럼, 기고문, 유튜브 강의에서 헨리 조지를 토지 소유권을 부정하며 자본주의를 파괴하려는 공산혁명주의자로 묘사하고 있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 즉 지대를 세금으로 국가가 환수하면, 다른 모든 세금은 필요 없다는 단일세(Single Tax)는 무모한 논리로 폄하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토지공개념의 논리적 기초를 제시한 학자이기에 헨리 조지의 이론을 적용하면, 대한민국이 중국의 문화혁명 시대가 되어 마구잡이로 토지를 몰수하고 지주에 대한 인민재판이 진행될 것이고 겁을 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그의 저서를 읽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닐까 걱정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그의 저작물은 대형 서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서적이다.
헨리 조지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동일 반열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헨리 조지에 대한 왜곡은 짚고 넘어가자. 우선 헨리 조지는 토지의 사유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토지 소유주 즉 지주의 3가지 권리인 이용권, 처분권, 수익권 중 수익권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그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지주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득을 원하는 만큼 흡수한다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다른 말로 하면 자본가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수호자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지대에만 세금을 부여하고.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 법인세가 사라진 사회에서 자본가가 가지는 혜택을 상상해 보자. 이보다 더 자본가와 자본주의를 지원하는 이론이 있는가? 물론 그의 이론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헨리 조지에 대한 비판은 토지공개념과 연관해서 검색해 보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참조하시면 될 것이다.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한 뼘의 땅이 대단한 재산이 되는 대도시 문제를 지적하였고, 이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바로 그 현상이다. 국내 선도 그룹사의 삼성동 토지 매입을 비난하고 해외의 우수한 자동차 기업 M&A를 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비판하였으나, 현재 해당 부지를 개발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하였다. 강남의 가로수길은 한국의 소호를 꿈꿨으나, 이제는 공실과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상점으로 박제가 되어 버렸다.
서울의 서초구, 강남구의 아파트 한재를 사기 위해서는 도시 평균임금 근로자가 수입 전액을 저축하고 복리로 30년 이자를 받아도 이제는 구매가 불가능해진 나라가 되었다. 자본, 노동, 기술이라는 생산 요소는 자본가, 노동자, 연구소, 기업, 과학자 등이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 그 생산성을 가속도를 가지고 증대하였다. 지주는 토지의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지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토지 이외 요소의 생산성 증가로 임대료와 토지 가치의 지수적 상승으로 증가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독점할 수 있다. 본원적 특성으로 반드시 필요한 생산 요소이면서 동시에 희소 자원이기 때문에 지주는 자본, 노동, 기술의 노력의 결과를 견제 없이 흡수할 수 있다. 헨리 조지가 지적하는 부분이며,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다시 언급하지만 헨리 조지도 그 누구도 토지를 국유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토지라는 생산 요소의 효과적인 이용이 필요하며, 동시에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사회적 재분배는 자본과 노동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에 대한 과세는 위의 2가지 목적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헌법 122조에 관련하여 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였다. 한국 사회가 부동산에 집중하는 만큼 토지 과세에 대한 거부감도 높으나 이에 대해서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가도 해당 부분에 대해서 섬세하지만 깊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기한이익 상실의 뉴스가 많아지고 있다. 고금리의 영향, 건설비의 증대라는 변명으로 사면을 받기에는 토지는 너무나 예민한 생산 요소이다. 신탁사, 시행사, 자산운용사, 시공사 모두 토지라는 자원의 활용에 대해서는 그 책임에 대하여 한 번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등 한때의 유행으로 과도하게 공급되고 부적절한 위치에 공급하여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지역의 상권을 변화시키는 리테일 시설, 중심 상업 지구 오피스 건물의 저층 부를 변화시킨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 창출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입점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는 시설 조성을 통한 국가 차원의 경쟁력 강화까지 자본, 자원, 기술의 생산성 증대로 토지 활용의 방안은 많은데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지의 활용 방안을 수립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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