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수입규제 방향 예측 [삼정KPMG CFO Lounge]
박원 삼정KPMG 컨설팅부문 상무
흔히들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를,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던 공화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미국우선주의, 경제민족주의적 정책을 펼쳤고, 이를 위해 수입규제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조치도 적극 활용했다. 또한 미국이 수입규제조사를 가장 많이 개시했던 2001년과 2020년은 모두 공화당의 집권 시기였으며, 전례 없는 관세폭탄을 터트린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의 각 집권 시기별 연평균 조사개시건수를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연평균 30건 내외로 유사한 수준이다.
즉, 적어도 수입규제의 측면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 수입규제조사를 적극 활용한다’는 명제가 더욱 합리적이다. 비교적 최근 기간의 집권당별 수입규제조사건수와 미국의 대중국·대세계 무역적자를 분석해보면 이와 같은 명제는 더욱 분명하다.
미국 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Buy Americ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건설 등 공공사업 분야에서 자국산 철강 및 공산품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수입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규제를 적극 활용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집권 기간 동안 수입규제조사 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15년 무역특혜연장법(Trade Preferences Extension Act)를 시행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에서 미국 조사당국의 권한과 재량을 크게 강화했다. 이러한 오바마의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임기말 GDP 성장률이 연 2% 수준에 불과했던 미국과 달리 중국은 연 7%에 가까운 GDP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의 경제 패권을 계속해서 장악해 나갔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더욱 심화됐다.
트럼프는 이후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Section 301’조 등 강력한 수입규제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철강 및 알루미늄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대해 미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전통적인 수입규제조치인 반덤핑 및 상계관세조치도 국가를 불문하고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미국의 수입규제조사개시 건수는 연평균 약 77건으로 이는 이전 민주당 정권(오바마 행정부) 기간 동안의 연평균 수입규제조사개시 건수(약 37건)의 두 배 이상이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당시 개정된 무역특혜연장법을 적극 활용하며 불리한 가용정보(AFA) 및 특별한 시장상황(PMS) 조항에 근거해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고, 이때 한국산 제품 역시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
이후 민주당인 바이든 집권 초기에는 코로나19의 여파와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교역이 침체된 시기로, 동 기간 미국의 수입규제 활용 건수는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이후 미국의 수입규제조사가 잠시 누그러진 사이 미국의 무역적자는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에 코로나 19의 여파가 어느 정도 해소된 2023년 미국의 수입규제조사개시 건수는 크게 증가해 총 약 81건의 수입규제조사가 개시됐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연평균 개시 건수 보다도 더 많은 수치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5월 반덤핑 및 상계관세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미 관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동 개정안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유도했던 특별한 시장상황 요건을 구체화해 PMS의 적용을 더욱 용이하게 했으며, 상계관세 조사에서 초국경보조금에 대해서는 조사를 금지하던 조항을 삭제하는 등 반덤핑 및 상계관세의 규제수준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은 통상, 특히 수입규제 분야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올해 말로 예정된 미 대선에서 양당의 후보가 내세운 통상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모든 수입상품에 대해 10%의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도입할 뿐만 아니라, 교역상대국이 미국산 수입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미국이 상대국의 수입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보다 더 높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호혜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를 제정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전 집권 당시와 유사하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예측 불가능하고 일방적인 관세 폭탄을 예고하기도 했다.
바이든이 이끄는 민주당도 보호무역주의임에는 다름이 없다. 동맹과 협력을 중시하는 민주당은 밖으로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연대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또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으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안으로는 관세법 개정을 통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규정을 강화해 수입규제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프라투자고용법,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의 산업보조금 정책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트럼프가 시행한 제301조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확대해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중국 견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올해 말 치러질 미 대선에서 집권당에 관계없이 미국의 수입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주로 중국을 겨냥해왔던 것이 사실이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수출 경합에 놓여있는 제품이 많아 중국을 겨냥한 수입규제의 피해를 함께 보게 되는 경우가 많고, 중국에 대한 수입규제로 중국산 수입이 감소하는 경우 우리나라가 이를 대체해 새로운 수입규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트럼프 집권 당시 중국을 겨냥한 제232조 조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에서의 AFA 및 PMS의 활용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더욱이, 현재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교역상대국과의 무역적자 역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뿐만 아니라 한국산이 주요 타겟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미국의 수입규제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고강도의 수입규제조사로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 받았던 우리 기업 중 상당수는 이후 계속되는 수입규제 조사에 대해 IT System과 더불어 통합적인 대응조직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조사 대응능력을 효과적으로 제고하고, 사전 대응을 통한 수출 가격 관리로 연례재심에서 반덤핑 및 상계관세율을 크게 인하, 기존에 예치했던 관세액을 대부분 환급받았다. 이러한 우리 기업의 경험은 수입규제조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고율의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주요 경쟁자들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받기만 한다면 수입규제는 오히려 가격우위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국 내 산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입규제 제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조사대응을 위한 기업 내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서 대응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 내 통상전담조직을 주축으로 내수 및 수출 판매 가격을 전략적으로 사전 관리함으로써 덤핑마진을 최소화하여, 수입규제조사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위험이 아닌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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