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고소당한 교사들…"학교 교육은 소멸 중"
[EBS 뉴스12]
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이후 이른바 교권 5법이 통과됐지만, 교권 침해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데요.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 법과 제도를 조금 더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박광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22년 경력의 임지훈 교사.
수업 시간에 과자를 먹거나, 큰 소리를 내는 등 반복해서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 주의를 준 뒤, 아동학대로 신고 당했습니다.
인터뷰: 임지훈 교사 / 인천 강화여자중학교
"어머니가 오셔서 찾아오셔서 민원을 제기하셨는데, 그 내용이 너무 일방적이고 너무 치욕적이고 모욕스러운 내용이었어요."
학생을 무시했고 욕설을 했다는 혐의로 결국 재판까지 갔는데, 결국 학생들의 진술로 학부모 측이 낸 증거가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임지훈 교사 / 인천 강화여자중학교
"'선생님이 ***이라고 그랬다.' (다른 아이들이) 생일 파티에서 초대돼서 그 내용을 엄마가 그 관련 학부모가 녹음을 했어요.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그대로 떼 놓은 당상이구나 가서 처분을 받겠구나."
급식 시간 다른 학년의 줄을 비집고 들어오던 학생을 지도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교사의 말에 기분이 나빠 조퇴한다며 나가는 학생의 옷을 붙잡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아동학대 피고소 교사
"주변의 교사들이 저한테 그렇게 열심히 생활지도 하지 말아라 괜히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어떡하냐고 했지만, 저는 제 소신껏 했고 또 그렇잖아요. 되게 당황스럽고 힘들죠"
검찰은 교사가 훈육 등 역할 수행을 위해 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아동학대 피고소 교사
"부모님들이 오셔서 처음부터 '거짓말하지 마세요'. '부끄러운 줄 알아라' '성숙하지 못했다' '애보다 설명을 잘 못하시네요.' (관리자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해라' '애를 잡아서 끌고 간 건 잘못한 거다' 근데 제가 잡아서 끌고 간 게 없거든요. CCTV에 전혀 그렇게 나오지가 않아요.'
학생들 사이 폭력을 말리고, 학교폭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인터뷰: 아동학대 피고소 교사
"아이를 따로, 다른 공간에 불러가지고 조사를 하게 되는데 '아이를 다른 공간에 격리시켜가지고 왕따를 조장했다' 정서적 아동학대, 학급에 불편한 점이 있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써보라고 조사를 했더니 '그 아이를 타깃으로 해서 왕따를 또 조장했다' 이것도 정서적 아동학대…."
지난해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어렵게 교권 보호 법안들이 통과했지만, '근무 여건이 좋아졌냐'는 질문엔 초등교사의 7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정서적 아동학대 고소를 걱정한다'는 답은 87%를 넘겼습니다.
국회에선 정서적 아동학대의 내용을 구체화 하는 등 관련 법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소신껏 교육을 하기는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옵니다.
인터뷰: 임지훈 교사 / 인천 강화여자중학교
"저는 학교의 교육은 지금 소멸한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지금의 저는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없고 따라서 사명과 소명도 없습니다. 교사로서 저는 죽었습니다. 이제는 그게 다시 살아나려면 분명히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이 돼야 하고요."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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