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라 만만히 보면 안돼… 치열하게 논의한 후에 투자 결정하죠"

김영욱 2024. 6. 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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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스낵 대표
국내 첫 대학생 액셀러레이팅 단체… 창업 수상 경력 보유·스타트업 경험자로 구성
3년동안 325개 창업팀 지원… "올해 투자 유치율 70~8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
박주호 스낵 대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절차. 스낵 홈페이지 캡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뭉친 서울대학교 학생 액셀러레이팅 단체 SNAAC 구성원들. 스낵 제공

"아직 체계화되지 않고 리스크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을 주로 찾아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이 대학생들이다 보니 전문적인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죠. 그 시간을 기업에 쏟아부어서 성장을 돕는 보람이 큽니다."

박주호(23·사진) 스낵 대표는 "학생이어서 못하는 게 아니다. 학생이기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3학년 재학생으로, 경영학과 에너지자원공학을 복수전공 하는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단체 '스낵(SNAAC)'의 대표를 맡고 있다. 스낵은 서울대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해 올해 3년차를 맞은 국내 최초의 대학생 액셀러레이팅 단체다. 최소 한 명의 서울대 출신만 있으면 스낵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된다.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되는 스낵은 자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NAACst STEP'과 네트워크 프로그램 'SNAAC Pool' 등을 통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스타트업이 체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대학생들이라고 쉬엄쉬엄 활동하는 게 아니다. 스낵은 지난 3년간 325개 창업팀을 지원했다. 액셀러레이팅은 33팀 이상, 파트너 VC를 통한 후속 투자 유치율은 60% 이상에 달했다. 파트너 VC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CJ인베스트먼트, 두나무앤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 짱짱하다. 작년에 법무법인 오킴스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스낵은 학생이면서도 경험자들로 구성됐다. 창업 관련 수상 경력을 보유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면접 시 얼마나 오랜 시간 스타트업과 VC에 관심을 가졌는지 확인한다. 지원자들은 주로 졸업 후 VC 심사역이나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다.

전공은 다르지만 스타트업이라는 공통 분모로 뭉친 11명의 학생은 각자의 관심사, 전공 등을 살려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도 될지 분석한다. 구성원들은 사업 아이템, 성장 가능성 등을 분석한 후 함께 모여 지원 여부를 두고 머리를 맞댄다.

박 대표는 "제한된 팀을 심사하고 선발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가치 판단의 비중이 다르다"며 "왜 이 기업을 선발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구성원끼리 투자 철학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모의투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에 실제로 투자하는 만큼 파트너 VC와 함께 투자 대상을 검증하기 위해 직접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등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

박 대표는 "학생 액셀러레이터의 장점은 일반적인 VC나 액셀러레이터보다 특정 스타트업에 할애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며 "한 기업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빠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파트너(서울대 3학년)는 "스타트업은 휴식 대신 밀도 있는 삶에 가치를 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밤낮과 주말없이 일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학생이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진심인 이들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위한 가장 빠른 '피트스탑'을 지향한다. 피트스탑은 '속도'가 생명인 F1 경기에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타이어 교체, 수리 등을 위해 2초 내외로 일시정지하는 걸 의미한다. 스낵은 이런 피트스탑처럼 체계화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의 리스크를 진단, 제거해 이들의 질주를 돕겠다고 각오다.

다른 VC나 액셀러레이터와의 차별점은 '지분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낵은 'NAACst STEP' 참가자가 데모데이에서 1, 2등을 수상하면 상금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 지난달 24일 데모데이가 마무리된 5회차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12대 1이었다. 대상은 팀로보틱스, 최우수상은 파도가 차지했다. 이들은 각각 2000만원,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데모데이에는 파트너 VC들도 참석한다. 이들은 원석을 발견했다는 판단이 되면 추가 투자를 한다. 스낵 초창기에 프로그램을 수료한 AI 스타트업 '달파'가 대표적 사례다. '달파'는 AI 솔루션 기업으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프리A 단계에서 120억을 투자받았다. 최근 KT커머스에 카테고리 자동분류 솔루션을 제공했다.

스낵은 매년 구성원이 변한다. 이들은 활동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1년 단위로 구성원이 계속 바뀌고 연말에는 활동이 마무리된다"며 "올해 중 투자 포트폴리오를 10개 이상 늘리고 투자 유치율은 60%에서 70~8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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