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에 초강수 제재…육아맘들 "분유·기저귀 로켓상품 사라지나" 혼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아닌, 획일적 상품 추천 방식 확산 '우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쿠팡 로켓배송이 지난 2014년 출범 10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공정위는 13일 쿠팡의 자체브랜드(PB)를 포함한 로켓배송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사실상 쿠팡의 상품 추천을 제재한 것이다.
쿠팡은 고객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찾고 있고, 쿠팡이 고객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공정위 제재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구매가 줄어들고 로켓배송 자체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정위 "검색 상단 추천은 위법"…쿠팡 "로켓배송 혁신에 반하는 조치"
업계에서는 부당지원 등 과거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과 달리, 초저가 PB상품이나 애플 아이폰과 같은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한 점을 '소비자 기만'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지나치다고 분석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인위적으로 6만4250개 직매입과 PB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했고, 임직원 상품평을 동원해 PB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쿠팡 랭킹순'에서 소비자 선호도·판매량 등 '객관적인 검색 지표'가 아닌, 쿠팡이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상품을 1~3위에 추천 배치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전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 삼았다"며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 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성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쿠팡은 '쿠팡 랭킹순'에서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대기업 제품의 반값 수준의 PB상품이나 아이폰 등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해왔다. 판매량이 적은 중소기업 상품도 품질이 좋거나 가격경쟁력이 높으면 추천하는 식이다.
쿠팡은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한 서비스로, 고객들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왔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기저귀 대신, 배송 3일 걸리는 '비싼' 기저귀 추천되나…'2150만' 고객 대혼란
이대로라면 누적 판매량이나 주목도가 높은 상품이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어, 4~5년간 누적 판매량이 높은 비싼 오픈마켓 상품이 먼저 추천돼 구매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고객의 상당수는 당장 다음날 상품이 필요한 경우인데, 누적 판매량 등을 기준으로 정렬이 돼 있다보면 로켓배송 상품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이나 클릭수가 없지만 가격과 품질이 좋은 비인기 상품은 모두 검색 하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통사 입장에서 정부 눈치를 보며 무엇이 소비자를 오인하는지 아닌지 판단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획일적인 상품 추천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년간 매년 매출이 20%씩 성장하고, 활성고객이 2150만명에 이른 쿠팡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로켓배송이 뽑힌다.
품질력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소비자 인터페이스(UX)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빠른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쿠팡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공정위 제재로 인한 쿠팡 상품 추천 금지로 소비자들이 수년간 이용해온 쿠팡에 대한 사용성과 상품 접근성이 위축되면 '구매 저하→쿠팡 매출 저하→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유통사 성장에 있어 규제기관의 판단으로 고객에 큰 피해를 보고, 투자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는 "전 세계 정부에서 상품 진열 순서를 규제한 일은 없다"며 "국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정부 간섭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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