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돋보기]`장투 독려` 공매도 금지… 까보니 단타·테마주 조장?

신하연 2024. 6. 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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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대한민국이 며칠째 들썩이고 있습니다. 산유국이 될 수 있단 기대감에 석유·가스주로 자금이 몰리면서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석유 매장 가능성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종가(2만9800원) 대비 12일 종가(4만5800원)가 7거래일 만에 53.7%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7일 미국 액트지오의 소유주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기자회견 직후 관련주들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비토르 박사의 경력이나 분석 근거, 실제 매장 가능성 등 여러모로 시장의 의문점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진 못했다는 방증이겠죠.

발표 당일과 다음날까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한국석유는 7일 15%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으나 31일 종가 대비로는 여전히 30%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흥구석유(20.96%). 대성에너지(16.55%), 중앙에너비스(9.89%), 경동도시가스 등도 마찬가지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고요.

발표 다음날인 4일 하루동안 한국ANKOR유전의 거래량은 1억2000주로, 지난달 31일 거래량인 71만5600주 대비 15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회전율 상위 종목에 석유·가스 관련주가 일제히 이름을 올렸고요.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단타(단기 트레이딩) 거래가 많이 일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이 와중에 한국가스공사 임원 4인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언급 이후 이달 초 자사주를 전량(7394주) 처분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통상 기업 내부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은 기업가치 고평가 되고 있다는 판단, 즉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정부 발표와 함께 급등, 이후 급락. 이 패턴을 보니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밸류업 테마주들도 떠오릅니다.

지난 2월 말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당시 관련주들이 고공행진 하기도 했죠.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고요.

지난해 11월 정부가 갑작스럽게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어떨까요? 이례적으로 일요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다음날인 6일부터 '공매도 전면 금지'를 급작스럽게 단행했는데, 금지 효과는 딱 하루 갔습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폭인 134.03포인트 급등하며 단숨에 25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 시장도 7.3% 치솟으며 2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엔 코스피와 코스닥이 다시 급락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죠.

지난해 5월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당시 공매도 전면금지일(2020년 3월16일) 전후 각각 120거래일을 실증 분석한 결과, 가격 효율성과 거래회전율이 저하되고 주가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추진했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10억→50억원)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이 모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식 양도소득세를 일반 소득세율과 동율한 비율로 징수하되 장기투자자에게 직접 세제혜택을 제공합니다.

주식 등을 양도해 얻은 자본소득에 대해서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개인의 일반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하지만, 1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소득 규모에 따라 0~20%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하는 방식입니다. 단타 투자가 아닌 장기 보유를 독려하는 정책인 셈이죠.

국내 주식시장 특성 상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크고 단기성·투기성 투자가 많은 편인데, 장기 투자로 유인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단기성 투자와 테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투자에 따른 책임은 결국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이지만, 선택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묵직함'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정부에게 더 필요해 보입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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