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상품진열' 역대급 과징금…"'새벽배송' 기저귀·분유 사라질 판"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쿠팡 로켓배송이 지난 2014년 출범 10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공정위는 13일 쿠팡의 PB(자체 브랜드)을 포함한 로켓배송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쿠팡의 상품 추천을 제재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고객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찾고 있고 쿠팡이 고객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공정위 제재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구매가 줄어들고 로켓배송 자체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정위 “검색 상단 추천은 위법”…쿠팡 “로켓배송 혁신에 반하는 조치..행정소송 제기"
공정위가 쿠팡에 내린 과징금과 법인 고발 제재는 지금까지 기업 단독 사건(담합 제외) 가운데 퀄컴, 구글, 삼성그룹 등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로 알려져 있다. 경쟁업체나 부당지원 의혹 등을 낳았던 과거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과 달리, 초저가 PB상품이나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같은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한 점을 ‘소비자 기만’으로 지적한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인위적으로 6만4250개 직매입과 PB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했고, 임직원 상품평을 동원해 PB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렸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 랭킹순’의 소비자 선호도, 판매량 등 ‘객관적인 검색 지표’와 달리, 쿠팡이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상품을 1~3위에 추천 배치했다고 보고있다.
공정위측은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오인을 했고,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 등을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공정위는 1400억원에 더해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쿠팡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하면서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동안 쿠팡은 ‘쿠팡 랭킹순’에서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대기업 ‘반값’ 수준의 PB상품이나 아이폰 등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해왔다. 판매량이 적은 중소기업 상품도 품질이 좋거나 가격경쟁력이 높으면 추천하는 식이다. 쿠팡은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한 서비스로, 고객들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상품진열 순서와 추천에 기준을 마련한 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로켓배송 서비스에 제동이 걸려 고객들이 크게 줄고, 이에 따라 쿠팡의 로켓배송 투자에 제동이 거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새벽배송' 기저귀 대신 '배송 3일' 걸리는 비싼 기저귀 추천되야 '합법'
공정위의 제재 골자는 쿠팡은 로켓배송을 먼저 노출하면서 오픈마켓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고추장 2KG 중소기업 상품 가격이 6000원대라도, 대기업 A사 제품이 1KG에 1만20000원으로 비쌀 경우도 누적 판매량이나 주목도가 높으면 추천 상품으로 노출해야 한다.
만약 쿠팡에서 기저귀나 분유 새벽배송을 위해 밤 11시 58분에 쿠팡에서 상품을 찾으면 앞으로는 배송은 느리지만 4~5년간 누적 판매량이 높은 비싼 오픈마켓 상품이 먼저 추천돼 구매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쇼핑앱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은 약 3~5분 남짓이다. 공정위 제재대로라면 소비자들은 쇼핑에 시간을 더 써야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매년 매출이 20%씩 성장하고, 활성고객이 2150만명에 이른 쿠팡의 핵심 성공 요인은 로켓배송이 뽑힌다. 그러나 품질력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소비자 인터페이스(UX)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빠른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공정위 제재로 인한 쿠팡 상품 추천 금지로 소비자들이 수년간 이용해온 쿠팡에 대한 사용성과 상품 접근성이 위축되면 구매 저하→쿠팡 매출 저하→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4월 자사 뉴스룸을 통해 “상품진열은 유통업계 고유권한이자 본질로 세계 첫 상품진열 규제"라고 했다.
당장 쿠팡의 고객들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이 수백만개에 이른다는 점이다. A유통업체 한 마케팅 담당자는 “공정위 제제는 광범위하며 불명확하고 수백만개 상품에 대해 일일이 소비자에게 ‘상단 노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판매량이나 클릭수가 없지만 가격과 품질이 좋은 비인기 상품은 모두 검색 하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데, 유통사 입장에서 정부 눈치를 보며 무엇이 소비자를 오인하는지 아닌지 판단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획일적인 상품 추천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이마트, 배달의 민족, 쓱닷컴, 컬리 등 대부분의 유통업체들도 온오프라인 공간에 PB상품이나 인기 가전 브랜드 상품을 상위에 추천하는 만큼, 쿠팡 규제가 본보기로 다양한 추천방식이 줄어들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는 “’쿠팡 랭킹순’으로 검색하면 가격과 품질, 판매량 등이 골고루 입증된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거나 “소비자들 불만이 가중되면 정부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는 “전 세계 정부에서 상품 진열 순서를 규제한 일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정부 간섭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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