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자흐서 전기차 330만대 분량 리튬 탐사권 확보
카자흐 동부 바케노 지역 광구 4곳서 탐사
올해 첨단장비로 땅속 3D 관찰…내년 시추
한국이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에서 전기차 330만대 분량의 배터리에 들어갈 리튬의 탐사권을 확보했다. 올해 첨단 장비를 동원해 땅속을 3차원(D)으로 들여다보는 조사를 마치고, 내년에는 실제로 땅을 파는 시추에 나설 계획이다.
13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전날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카자흐스탄 동부의 바케노 지역 리튬 광구 4곳에 대한 독점 탐사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리튬을 본격적으로 탐사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와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 카자흐스탄 국영광물회사인 타우켄삼룩과 다자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연구원의 기본 조사 결과, 바케노 광구에는 리튬이 총 2만5000t 묻혀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 측과 공동 지질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해당 지역에 다량의 리튬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 매장량 2만5000t은 전기차 330만대에 장착되는 배터리에 들어갈 리튬 분량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기업의 연간 전기차 생산량은 35만대 수준이다. 이보다 약 10배 많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 리튬이 바케노 광구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리튬 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개발 우선권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원은 향후 리튬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단계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 리튬 광구의 지표면을 살피는 지질광상조사와 땅속을 3D 영상으로 들여다보는 정밀 탐사를 실행한다. 땅속을 살피는 탐사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 병원용 의료 기술인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처럼 땅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지하 깊은 곳을 보는 작업이다.
이 같은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탐사용 시추를 진행해 땅속에 묻힌 리튬 양을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바케노 지역 외에도 자국 서남부 아랄해에 있는 리튬 광산의 매장량 조사에도 기술적인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평구 지질자원연구원장은 “이번 탐사는 국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수급과 함께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새 활로를 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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