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승 명장 뭘 했기에?' 한화의 돌풍, 선수들 달라졌다…"자신감 많이 없었거든요"

김민경 기자 2024. 6.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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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에 기뻐하는 한화 이글스 선수들 ⓒ 연합뉴스
▲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결과가 나왔다 안 나왔다 들쭉날쭉 하다 보니까.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한화 이글스는 '윈나우'를 외치며 비장하게 올 시즌을 맞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잔류를 고심하던 에이스 류현진을 설득해 8년 총액 170억원 초대형 계약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더 높였다. FA 시장에서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데려오고, 지난해는 주장 채은성을 6년 90억원에 영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외부 영입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리빌딩을 마치고 5강 싸움을 시작할 뜻을 내비쳤다.

한화는 3월 성적 7승1패 승률 0.875로 선두를 질주하며 올해는 정말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류현진, 펠릭스 페냐, 문동주 등이 부진하고,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이 흔들리자 팀도 무너졌다. 요나단 페라자를 제외한 주축 타자들의 타격 사이클도 빨리 올라오지 않으면서 4월에는 바닥을 찍었다. 4월 성적 6승17패 승률 0.261로 10위에 머물면서 시즌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다. 최원호 전 감독의 입지가 좁아지는 계기가 됐고, 결국 최 전 감독은 지난달 27일 박찬혁 전 대표이사와 함께 물러났다.

한화는 5월 들어 조금씩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5월 성적 11승12패1무 승률 0.478를 기록하면서 5강 싸움의 희망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령탑이 사퇴했으니 선수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2019년부터 계속된 최하위권 부진에 패배의식이 만연해진 상황에서 또 감독이 교체됐으니 선수들은 자책했다.

주장 채은성은 "일단 감독님이 기분 좋게 나가신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가 못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결국 우리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난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게 없다"고 했다.

한화는 선수단의 분위기가 더 가라앉기 전에 수습할 수 있는 감독을 찾아 나섰다. 베테랑 감독 위주로 후보군을 추렸고, 지난 2일 김경문 감독과 3년 계약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2004년 두산 베어스 사령탑으로 데뷔해 2018년 6월까지 통산 1700경기 성적은 896승774패30무를 기록한 백전노장이었다. 두산에서는 2004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정규시즌 960경기에서 512승(432패16무)을 기록했다. 2011년 8월에는 NC 다이노스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고, NC가 1군에 진입한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740경기에서 384승(342패14무)을 거뒀다. 우승 경험은 없으나 한국시리즈 경험은 풍부하고, 두산과 NC를 강팀으로 만든 업적은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결별하고 메이저리그 22승 경력을 자랑하는 하이메 바리아를 새로 영입하면서 다시 전력으로 뛸 수 있도록 세팅했다.

김 감독은 과거 '강성'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6년 동안 현장을 떠나 미국에서 지내면서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김 감독은 한화를 맡으면서 "선수를 믿게 되면 기회를 주고, 믿고 기다리려고 생각한다. 나도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예전보다 많이 하려고 노력하겠다. 때에 따라서는 형님, 어떨 때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겠다. 현장에서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놀도록 격려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왼쪽부터 한화 이글스 하주석, 안치홍, 류현진, 채은성. 한화를 이끌어야 하는 주축들이다. ⓒ 한화 이글스
▲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한화 이글스 포수 이재원 ⓒ 한화 이글스
▲ 대타로 9회 스퀴즈번트에 성공하면서 한화 이글스의 승리를 이끈 문현빈 ⓒ 연합뉴스

그 다짐은 지금 잘 지켜지고 있다. 선수들 스스로 김 감독과 함께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 포수 이재원은 "선수들이 다들 열심히 한 건 사실이었는데, 결과가 조금 나왔다 안 나왔다 들쭉날쭉 하다 보니까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그 점에서 조금 스킨십 있게 파이팅을 많이 내 주시니까. 먼저 선수들이 또 같이 호흡할 수 있게 파이팅을 내 주신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리스마가 있으신 것 같다. 미국에 다녀오시면서 스킨십을 잘 하시고, 잘 어울리려 하시는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치님들과 감독님들은 선수가 잘해야 더 빛을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진하면 같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잘 살피는 것은 당연하고, 벤치를 지키는 어린 선수들과도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언제든 준비하라'고 일러둔다. 그중 하나가 내야수 문현빈이다. 문현빈은 올해 주전 2루수로 시즌을 맞이했다가 공수에서 흔들리면서 황영묵에게 자리를 내줘 백업으로 밀려났다. 이제 20살인 어린 선수라 상심이 클 수 있는데, 김 감독은 그런 문현빈을 더 격려했다고 한다.

문현빈은 "감독님은 카리스마 있고, 멋진 분이신 것 같다. 나한테 좋은 말도 많이 해 주시고, 덕담도 많이 해 주신다. 경기 전이나 연습할 때 '나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라.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나갈 수 있으니까.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계속 이렇게 용기를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문현빈은 김 감독이 부임 후 6경기에서 대타로 6타석에 들어가 5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엄청난 성공률이다.

한화는 김 감독이 부임하고 치른 9경기에서 5승3패1무 승률 0.625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감독은 통산 901승을 거두며 노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의 시즌 성적은 29승34패2무 승률 0.435로 7위다. 6위 NC와는 1.5경기차, 5위 SSG 랜더스와는 3경기차다. 김 감독과 선수들은 "일단 목표는 5할 승률"이라고 입을 모으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돌풍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다. 김 감독은 "우리 한화 선수들과 스태프들도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나만 자꾸 띄어주지 마시고, 내가 건방져져서 갈 길을 잃어버리니까. 진짜 우리 한화 구단과 스태프, 선수단, 또 우리 팬들 좀 잘 좀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KBO 역대 6번째 900승 달성 감독이 됐다. 현역 감독으로는 유일하다. 노장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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