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잔디추출물`로 뷰티부터 신약까지… 제약바이오 기업 꿈꾼다

이준기 2024. 6. 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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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MAYSIN
원자력원 개발 '메이신' 기술활용 창업
감마선으로 잔디에서 메이신 분리·추출
노화방지 화장품으로 매출 20억 달성
쥐 실험서 당뇨·비만 등 개선효과 발견
中 요양병원 환자대상 임상시험 준비
최석규 바이오메이신 대표
바이오메이신의 항염증 및 소염제인 '릴렉스-메이신'
탈모 효능을 지닌 'H-메이신'
바이오메이신이 메이신을 추출하기 위해 조성된 전북의 센티페드그라스 재배지
미백과 주름 개선, 노화방지 등을 위한 여성용 화장품 'W-메이신'
바이오메이신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메이신 추출 및 함량 증강 기술 8건을 출자받아 연구소기업으로 설립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15년 이상 장기간 연구해 나온 성과로, 개발과 검증이 끝났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 연구개발(R&D) 과정 없이 곧바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면 빠른 기간 내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죠."

최석규(사진) 바이오메이신 대표는 원자력연이 개발한 '메이신(MAYSIN)'이라는 독보적 기술이라는 확신에 과감히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 연구기관인 원자력연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15년 이상 연구한 끝에 개발한 기술이고, 다수의 특허와 논문 등 과학적 검증도 끝난 기술이라는 데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회사를 설립했고, 회사 이름도 '메이신'을 그대로 사용했다.

대기업에서 기획부서에서 오랫 동안 근무한 뒤 한 차례 창업한 경험이 있었던 최 대표가 기존 사업 분야와 전혀 다른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원자력연에서 개발한 기술이면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대표의 비즈니스 예지력이 통했던 것일까. 바이오메이신은 지난해 원자력연 제8호 연구소기업으로 기지개를 시작한 첫 해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업계로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최 대표를 창업 대열에 들어서게 한 메이신이 세상에 탄생한 것은 꽤 오래 됐다. 1942년 미국 미주리대학의 G.W. 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옥수수 수염에서 메이신을 처음 분리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 존재와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항산화 기능성 성분인 메이신은 생리활성 능력이 탁월하지만 화학적 합성이 불가능해 대량 생산이 어렵다. 더욱이 옥수수 수염과 잔디의 일종인 센티페드그라스에서만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희소성 있는 고부가가치 천연물로 알려져 이를 분리·추출하고, 함량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실제로, 일반 옥수수 수염의 경우 100g당 메이신 함량이 250㎎에 불과하지만, 센티페드그라스는 100g당 700㎎이 존재해 3배 가까이 많다. 또한 옥수수 수염을 채취하고 나면 더 이상 옥수수 생산이 불가능한 것과 달리 센티페드그라스는 일년 중 상시 수확이 가능해 안정적으로 원료물질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2009년 방사선 중 감마선을 이용해 센티페드그라스에서 메이신을 분리·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센티페드그라스에 감마선을 쪼여 메이신의 생합성을 증대시켜 메이신 함량을 늘리는 기술도 확보했다. 연구팀은 메이신이 화장품 원료적합성 시험에서해 메이신이 피부 노화 방지, 피부 주름 개선, 피부 미백 등에 우수한 효능을 확인하고, 국내와 미국화장품협회에 화장품 원료로 등록했다.

최 대표는 원자력연이 보유한 메이신 추출과 증강 관련 7개의 특허기술을 이전 받기로 하고, 2021년 '바이오메이신'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공공기술 사업화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연구소기업은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을 출자받아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 내 설립된 기업을 뜻한다.

바이오메이신은 전북 연구개발특구에 속한 정읍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에 본사를 두고, 인근에 위치한 정읍 첨단과학산업단지에 공장을 마련했다. 전북 완주와 익산에는 센티페드그라스를 재배하는 농지도 확보해 메이신 원료 공급지로 활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난지성 잔디 일종인 센티페드그라스 특성상 씨앗을 미국과 일본에서 들여와 우리나라 재배 환경에 맞는 최적의 생육 조건, 월별 메이신 함량, 보관·추출법 등에 관한 매뉴얼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면서 "그 과정에서메이신을 활용한 제품개발에도 주력해 첫 제품으로 고기능성 화장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장품은 자외선 차단과 미백·주름 개선, 노화방지 등의 기능을 갖춰 여성용과 남성용, 실버전용 등으로 시장에 출시됐다. 세포와 동물실험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 받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토피와 여드름,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 클린 뷰티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화장품에 이어 헤어 토너, 자외선 차단 화장품 등을 연이어 시장에 출시하며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출 수 있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피부와 미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2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바이오메이신은 올해 탈모 제품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스케일 업에 나섰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메이신의 발모 효과가 밝혀져 모발 성장 촉진제로서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탈모치료제와 유사한 효능을 보여 탈모 화장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건강기능성식품은 메이신이 당뇨, 비만, 면역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어 법적인 관련 절차를 준비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화장품을 베이스로 해서 탈모, 당뇨 등의 건강기능성식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메이신 원료가 제 때 공급될 수 있도록 센티페드그라스 재배 농지를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새만금과 전남 무안, 제주 등을 재배지로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실버 화장품 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돼 제품 고도화와 인증 등에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과제 신심사에서 원자력연이 오랜 기간 메이신 관련 연구를 통해 축적해 온 다양한 실험 데이터와 평가 결과 등에서 평가위원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어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바이오메이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메이신을 활용한 고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탄탄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메이신을 당뇨, 비만, 치매, 골다공증 등에 적용해 안전하고 우수한 효능을 발휘하는 혁신 신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메이신을 포함한 생리활성물질을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투여한 결과, 혈당 조절을 못하는 제2형 당뇨와 인슐린 자체를 분비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에서 모두 치료 효과가 있는 임상 실험 데이터를 확보했다. 치매와 탈모 관련 동물실험에서도 메이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현재 바이오메이신은 현재 중국 국영제약사와 협력해 중국 요양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메이신 추출물을 활용한 치매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제약바이오 분야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최석규 바이오메이신 대표는 "메이신 추출물을 활용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임상연구 등에 주력해 탈모, 당뇨, 치매 등 세 개 분야를 주력으로 삼아 혁신의 DNA가 꺼지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원자력연과 협력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가 글로벌을 선도하는 연구소기업이자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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