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 아빠 연기한 장기용…"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언제든지 행복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초능력자 복귀주.
축복만 같던 이 능력은 저주가 돼버린다. 돌아갈 수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는 과거 속에서 무수히 좌절감을 느끼고, 과거에 갇혀서 정작 중요한 현재 속에 살지 못하게 된다. 그는 결국 행복도, 능력도 모두 잃고 만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우울증 환자이자 사춘기 딸 아빠인 복귀주를 연기한 배우 장기용(32)은 1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딸 아빠 역을 맡게 됐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군 전역 후 복귀작인 데다 처음 해보는 연기라서 부담이 컸지만,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복귀주는 딸이 태어난 날 아이를 품 안에 처음 안으며 이 순간으로 수없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는데, 같은 날 그를 대신해 당직을 서준 소방관 선배가 화제 현장에 구조를 나갔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 사고를 막으려고 애쓰고, 딸과의 행복했던 첫 추억은 점점 불행으로 덮어지기 시작한다.
장기용은 "복귀주가 소방관이었던 시절은 제 20대 모습을 꺼내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이팅과 열정이 있고, 해맑았던 젊은 시절 복귀주는 웃을 때도 건강함이 뿜어져 나온다"며 "이후 좌절을 경험하면서 처참히 무너진 모습과 대비돼 보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제 본인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저절로 딸이 태어났던 날로 돌아가게 되는 복귀주는 딸의 7살 생일에도 아내와 딸을 남겨둔 채 과거를 헤맨다.
불행은 또다시 그를 덮친다. 과거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옆자리에서 대화 중이던 아내는 무참히 찌그러진 운전석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고, 뒷좌석에 앉아있던 딸은 피투성이가 된 인형을 안고 울고 있다.
아무도 구하지 못했고,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복귀주는 도다해(천우희 분)를 만난 뒤로부터 어두웠던 인생에 빛이 들기 시작한다.
장기용은 "복귀주와 도다해의 로맨스를 급하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서서히 서로에게 녹아드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고 짚었다.
이어 "천우희와 장기용은 어떤 조합일지 저조차도 궁금했는데, 현장에서 제 에너지를 받아주면서 최선을 다해주신 덕분에 시너지가 폭발한 것 같다. 호흡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하고, 함께 한 시간이 영광이라고 느껴진다"고 돌아봤다
장기용은 차갑게 밀어내기만 하던 복귀주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로 딸 복이나(박소이)를 꼽았다.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투명 인간처럼 지내던 복이나에게 도다해는 엄마처럼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는데, 장기용은 "딸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며 복귀주도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복귀주와 복이나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 여느 드라마 속 부녀 관계와 달랐다"며 "부성애라는 단어 자체가 제게 너무 낯설어서, 감독님과 아주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 마지막 장면으로 박소이 배우와 함께했는데, 마지막 장면이라 그런지 몰라도 소이의 눈을 맞추니 제가 정말 아빠가 된 기분이 들었다. 소이가 딸로 보여서, 짧게나마 아빠의 마음을 간접 체험한 느낌이었다"고 되짚었다.
모델 출신인 장기용은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고백부부', '나의 아저씨',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간 떨어지는 동거' 등에 출연했다.
장기용은 "쉴 틈 없이 촬영하면서 20대를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군대에서 보낸 1년 6개월의 시간이 오히려 휴식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늘 조급하게만 살다가 군대를 다녀온 뒤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에 연기할 때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여러 번 다지곤 했다"고 밝혔다.
"치열하게 살아온 덕분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못 해본 캐릭터, 못 해본 연기가 너무 많아서 앞으로도 계속 제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차기작으로도 상상하지 못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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