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관세폭탄 맞은 中, 반격 나설까… 쥐고 있는 카드는
中 “취할 수 있는 옵션 충분히 많다”
수입차·주류·돼지고기 등 보복 가능성
EU 관세 확정 전 협상 가능성도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8%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중국이 반격에 나설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당장 보복 관세 대상으로는 중국이 수입하는 유럽산 차량부터 와인, 브랜디와 같은 주류와 식품, 명품 등이 거론된다. 다만 EU가 고율 관세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중국이 유화책을 통해 무역 긴장도를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부에서는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이 이뤄지면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관리들이 (EU)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충분히 많다”라고 전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전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내고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려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적용되는 것이다. 조사에 협조한 중국 전기차 업체의 경우 평균 21%포인트가 추가 부과되고, 협조하지 않은 나머지 업체는 일괄적으로 38.1%포인트가 부과된다. 즉 비협조적 업체는 관세율이 기존 10%에서 48.1%로 오르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 4월 중국에서 통과된 새로운 관세법 때문이다. 이 법안 제17조는 중국과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상대 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관세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이 법안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컨설팅기업 로모션의 윌 로버츠 자동차 수석연구원은 “관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유럽과의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보복 대상은 중국이 수입하는 유럽산 자동차다. 이미 지난달부터 중국 자동차 업계는 EU의 추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2500cc 이상 대형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의 관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2500cc 이상 자동차를 25만대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차의 32%다. 중국 내 대형 엔진 장착 자동차 중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현재 중국 상무부는 유럽산 수입차에 15%가량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를 2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산 와인과 코냑 등 주류도 관세 인상 후보다. 중국은 올해 초 수입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반덤핑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다른 나라가 수출한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규제하는 조치다. 조사 결과 관세 인상이 결정될 경우 프랑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EU가 수출하는 브랜디 중 99.8%가 프랑스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플로랑 모리용 프랑스 코냑협회 회장은 “우리는 이번 EU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유럽 브랜디에 대해 시작한 반덤핑 조사에 대한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는 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유럽산 돼지고기와 명품도 보복 관세를 물게 될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업계가 EU산 돼지고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당국에 신청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럽 명품 시장의 경우 그동안 ‘큰손’인 중국 소비자 덕에 고속 성장해 왔지만, 최근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서 관세가 추가로 오를 경우 각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 구찌의 경우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35%에 달한다.
다만 EU의 이번 조처가 예비 결론에 해당하는 만큼, 중국이 협상을 위해 유화책을 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U는 7월 4일부터 임시로 관세를 적용하되, 실제 징수는 확정 관세가 부과되는 시점부터 이뤄지게 된다. 이 조처가 확정되려면 오는 11월까지 27개 회원국의 가중다수결 투표에서 가결돼야 한다. 민간 연구기관인 로듐그룹은 “중국은 확정 관세를 막을 수 있는 충분히 큰 그룹의 회원국들이 나타나기를 희망하며, 반대표를 만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할 것”이라며 “중국이 EU에 대한 투자 확대와 EU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 개선 등을 약속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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