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한 방 맞지만…제일 고맙다” SSG 40세 트랜스포머 예찬론, 분식회계 좀 하면 어때[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뜬금없이 한 방 맞지만…”
SSG 랜더스 배테랑 우완 불펜 노경은(40)은 KBO리그 투수들 중에서도 트랜스포머의 원조 격이다. 안 해본 보직이 없다.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 필승계투조를 다 해봤다. 심지어 메인 셋업맨, 원 포인트 셋업맨, 패전처리까지 두루 맡아봤다.
젊은 시절엔 피가 끓었다. 두산 베어스에선 은퇴파동이 있었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다 FA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1년간 미아로 지내보기도 했다. 그러다 2022시즌을 앞두고 SSG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해 매년 중박 이상을 친다. 통산 평균자책점 4.91인데 SSG에서 지난 2년간 3.05, 3.58이었다.
2022시즌 초반 선발과 중간을 오가다 꾸준히 중간투수로 뛰고 있긴 하다. 그러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SSG가 그동안 젊은 불펜을 많이 육성하지 못해 노경은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노경은이 경쟁력을 유지한 측면도 크다.
올 시즌은 아직 반환점을 돌기 직전이지만, 지난 2년보다 더 좋다. 37경기서 5승3패17홀드 평균자책점 2.43이다. 12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서는 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했다. 단, 2피안타를 통해 승계주자를 홈으로 보내주면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평균자책점 관리는 됐지만 소위 말하는 ‘분식회계’였다.
그러나 40세 베테랑 불펜이 37경기서 40⅔이닝을 던졌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 이숭용 감독은 노경은이 고맙기만 하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뜬금없이 한 방을 맞아서 그럴 때도 있지만, 불펜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제일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투수가 초구나 2구에 큰 것 한 방 맞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차라리 공을 던질 만큼 던진 뒤 볼넷을 내주고, 대량실점하는 것보다 낫다고 여긴다. 역사를 돌아볼 때 볼넷이 섞여 장타를 맞고 대량실점을 하면 팀에 미치는 데미지가 컸다.
이숭용 감독은 “홈런 맞는 건 상관없다. 볼넷이 더 안 좋다. 홈런 맞고 박수 치니까 송신영 코치와 배영수 코치가 홈런 맞았는데 박수 친 감독 처음 봤다고 쳐다보더라. 1점 승부에서도 홈런 맞을 수 있다. 그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 주자를 깔아놓고 맞아버리면 그건…”이라고 했다.
노경은이 그런 투수다. 12일 경기서도 노경은이 6회초에 이어받은 승계주자 2명이, KIA의 동점득점과 결승득점을 올려 SSG로선 뼈 아프긴 했다. 그러나 그 경기는 우선 6회에 올라온 이로운과 서진용이 흔들렸고, 7회 7실점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경은이는 빨리 승부하기 때문에 공 개수가 적다. 그러면 내일 또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감독 입장에선 정말 고마운 선수”라고 했다. 실제 노경은은 이날 9개의 공만 던졌다. 투구 템포도 빨랐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노경은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8km다. 작년 145.5km보다 떨어지긴 한다. 그러나 포심의 피안타율은 작년 0.276서 올해 0.192로 뚝 떨어졌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노경은의 올해 분당회전수는 1942회다. 리그 탑클래스는 아니어도 리그 43위로 수준급이다. 전성기보다 현역 말년에 더욱 빛나는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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