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과 스파이더맨이 싸웠다…‘짝퉁 이소룡들’의 시대

김은형 기자 2024. 6. 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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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라이, 브루스 레, 브루스 량, 드래곤 리.

하지만 '용쟁호투' 전세계 개봉을 앞두고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자 이제 막 생겨난 새로운 돈줄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걸 참지 못한 제작자들은 대만 출신 브루스 라이(본명 허쭝다오), 미얀마 출신 브루스 레(본명 황건룡), 한국 출신 드래곤 리(거룡, 본명 문경석), 홍콩 출신 브루스 량 등을 내세워 이소룡의 작품을 따라 하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무술영화를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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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다큐 2편
‘노팅 힐’ 감독의 ‘퀸 엘리자베스’도 개봉
다큐멘터리 ‘이소룡-들’.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브루스 라이, 브루스 레, 브루스 량, 드래곤 리.

‘브루스 리’라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수렴되는 이 이름들은 슈퍼스타로 뜨자마자 세상을 떠난 브루스 리, 이소룡의 후계자들이다.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용쟁호투’, 단 네개의 출연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소룡은 메릴린 먼로, 제임스 딘 등 절명한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다른 사후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움만 남긴 다른 스타들과 달리 이소룡의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수백편의 영화가 이후로도 10년 넘게 쏟아져 나왔다. 바가지 머리에 네모난 선글라스, “아뵤~~~”라는 이소룡 특유의 괴성과 함께 재빠른 발차기를 내지르는 브루스 라이와 레와 량과 드래곤 리가 그를 대신했다.

19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이소룡-들’은 이소룡 사후에 벌어진 이소룡 신드롬을 조명한 독특한 다큐멘터리다. 홍콩영화 아역배우와 할리우드 티브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성장한 이소룡은 서른살을 앞두고 미국에서 홍콩으로 돌아왔다. 당시 최고의 홍콩영화사인 쇼브라더스에서 자신을 주연으로 기용하라는 요구가 퇴짜 맞자 그는 신생이었던 골든하베스트에서 ‘당산대형’을 찍었고 연달아 3편에 출연하며 말 그대로 벼락같은 인기를 얻었다.

다큐멘터리 ‘이소룡-들’. 왼쪽부터 대만 출신 브루스 라이, 한국 출신 드래곤 리, 미얀마 출신 브루스 레.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하지만 ‘용쟁호투’ 전세계 개봉을 앞두고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자 이제 막 생겨난 새로운 돈줄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걸 참지 못한 제작자들은 대만 출신 브루스 라이(본명 허쭝다오), 미얀마 출신 브루스 레(본명 황건룡), 한국 출신 드래곤 리(거룡, 본명 문경석), 홍콩 출신 브루스 량 등을 내세워 이소룡의 작품을 따라 하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무술영화를 양산한다.

두주에 한편을 찍어낸 뒤 이 한편을 다시 편집으로 두편으로 쪼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하위문화처럼 이들의 출연작들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자, 제작자들은 더 마구잡이식으로 이소룡의 이름을 등장시키는 영화들을 찍어냈고, 이들의 상상력은 무덤에서 깨어난 이소룡이 좀비들과 싸운다거나, 이소룡과 스파이더맨의 대결까지 폭주했다.

포스터에는 버젓이 이소룡 얼굴과 이름이 있지만 이소룡은 나오지 않는 ‘당산대형 2’만 열편 가까이 나왔다. ‘이소룡-들’은 이소룡 사후 10년이 지날 때까지 수많은 짝퉁 이소룡 영화들이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과 이소룡의 후계자가 되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과 좌절, 현재의 모습을 흥미롭게 따라간다. 자타공인 ‘이소룡 키드’인 코미디언 이경규가 수입·배급한 영화로 그는 “어린 시절 만난 이소룡은 내 영혼의 한 부분에 자리했고 그 영향으로 ‘복수혈전’까지 만들게 됐다”고 고백하는 손편지를 써 공개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퀸 엘리자베스’ 영화사 진진 제공

12일 개봉한 ‘퀸 엘리자베스’는 2022년 세상을 떠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 ‘노팅 힐’을 만든 로저 미첼 감독의 마지막 연출작으로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과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짧은 소주제들로 여왕의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모습을 담으면서 어떻게 여왕과 영국 왕실이 영국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작동하는가를 보여준다.

다이애나의 죽음과 해리 왕자 부부의 폭로 스캔들, 이에 앞서 70년대 청년과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정부 투쟁이 벌어지면서 왕실이 겪은 곤경도 숨김없이 담았다. 여왕이 수행한 사회적 역할 가운데 1995년 삼성전자가 영국 북부 윈야드 공장을 가동하면서 여왕과 이건희 전 회장이 함께 공장을 시찰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길게 담겨 한국 관객들의 눈길을 더 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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