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발효는 한식의 축복…맛과 장기 보관 다 잡았다[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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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서 먹을 것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렵 생활을 하면서 물가를 따라가다가 어느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농경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려 조상들이 맛있게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한 것이 바로 양념이다.
지리적, 농경학적으로 열악한 우리 식문화에서 조상들은 필연적으로 양념과 발효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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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서 먹을 것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렵 생활을 하면서 물가를 따라가다가 어느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농경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황하 문명과 요하 문명으로 민족의 이동 뿌리가 갈라진다.
세계 모든 전통음식은 같은 질문 속에 발달해 왔다. 첫째, 풀이나 곡식, 고기를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을까? 둘째, 세계 모든 인류가 고민한 것으로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사실 세계 음식의 고유성은 어떻게 맛있게 먹었느냐에 따라 정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음식을 먹다 보면 꼭 남게 되는데 이 남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나중에도 먹을 수 있을까? 이들이 고유 음식 발달의 세 축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첫 번째 문제는 서양과 같이 불로 직접 굽거나 우리나라와 같이 물에 삶으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중국처럼 기름이 많은 곳에서는 기름에 튀겨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 번째 문제, 남는 음식의 경우 굽거나 삶아서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어서 멋모르고 다시 먹었다가 배탈 나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음식과 같이 산 채로 두거나 100도 이하에서 삶고 데치면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가 높아서 며칠이 지났을 때 거의 쉬어버린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고온의 기름 속에서 튀기니 수분이 빠져나와 기화되므로 수분활성도가 낮아 하루 이틀 뒤에도 다시 먹을 수 있었다. 즉, 튀기면 세 번째 문제까지 해결된다.
문제는 두 번째, 어떻게 하면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인데 굽는 것으로 대표되는 서양은 소금을 비롯한 향신료 첨가로 맛을 내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중국의 경우 풍부한 기름으로 튀겨버리면 안전하고, 맛있고, 오래 먹을 수 있어서 세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이 고온으로 올려 조리할 수단이 없었다. 대부분의 음식은 10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어떻게든 맛을 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려 조상들이 맛있게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한 것이 바로 양념이다. 물론 양념이 가능했던 건 농경학적 이유도 있는데, 소금, 고추, 마늘, 파, 생강을 우리가 쉬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배추를 비롯해 각종 거친 풀을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인 후 양념으로 무치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먹다 남겨 둬도 괜찮았다. 배탈도 나지 않고 오히려 더 맛있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발효다. 지리적, 농경학적으로 열악한 우리 식문화에서 조상들은 필연적으로 양념과 발효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우연한 발견은 가족을 맛있게 먹이려고 끝없이 노력한 우리 어머니에게 준 하늘의 축복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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