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별 격차 최하위권…“임금 격차부터 줄여야”
전체 146개국 가운데 118위
남녀 평등 실현 정도를 나타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에서 일본이 전체 146개국 가운데 118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그친 가운데 상황 개선을 위해 우선 남녀 임금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일본의 ‘세계경제포럼 성별 격차 지수’가 지난해 125위에서 올해 소폭 개선됐지만 정치와 경제 분야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특히 여성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불합리한 임금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12일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서 일본의 글로벌 성별 격차가 전체 조사 대상 146개 나라 가운데 118번째였다고 밝혔다. 남녀가 완전히 평등한 상황을 100%로 봤을 때, 일본의 남녀 격차 해소 달성률은 66.3%였다.
네 분야로 나눠 조사를 벌였는데 일본은 건강과 교육 분야에서 각각 58위, 72위로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았다. 반면 정치는 113위, 경제는 12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지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봐도, 일본 남성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은 78.7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과 비교해도 일본의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높다.
해외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남녀 격차를 줄여 전체 성별 격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빠른 효과를 본 사례들이 있다. 경제 분야에서 성별 격차를 끌어올린 효과로 지난해 32위였던 성별 격차 순위가 17위까지 수직 상승한 포르투갈이 대표적이다. 이 나라는 현재 모든 민간 기업에 남녀 성별 격차 공개를 의무화하고, 문제가 드러날 경우 검사 기관이 해명을 요구한다.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성별 격차가 적은 편이지만 여전히 임금 격차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막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노후에 더 빈곤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남녀간 동일노동, 동일임금 강화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놨다. 100인 이상 기업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 임금 격차가 5% 이상일 경우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6년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감시-지원 기관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 전체 38개국 가운데 13개 나라는 남녀 격차 보고를 소홀히 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벌칙을 도입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임금 격차 보고를 위반한 기업을 의회에서 공개하고, 특정 공공 입찰에서 해당 기업을 배제하는 곳도 있다.
일본에서도 임금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최대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중개 업체인 ‘메루카리’는 지난해 같은 직종·직급에서 남녀간 임극 격차가 7%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설명할 수 없는 격차”라며 최근 이 차이를 2.5%까지 줄였다. 경력직은 이전 직장에서 남성과 월급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는 사례가 많았고, 신입사원의 경우에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희망연봉 자체를 낮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 임금을 다시 설정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종업원 301명 이상 기업에 남녀 임금 격차 공시를 의무화했고, 이를 101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관련 프로젝트팀(PT)을 이끄는 야다 와카코 총리 보좌관은 “(이미 형성돼 있는) 관리직 비율의 차이뿐 아니라 (임금을 결정하는) 관리직의 인식, 여성 본인의 무의식적 편견 등이 격차를 낳고 있다”고 짚었다. 메이지대학 하라 히로미 교수는 “일본은 남녀 임금 격차 공개가 대부분 지난해 시작돼 아직 데이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격차가 줄어들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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