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위축됐는데..." 명장의 한마디, '우승 경험→방출 포수'를 일으켰다

잠실=안호근 기자 2024. 6. 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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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이재원이 12일 두산 베어스전 적시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렇게 서운하게 끝내면 안 될 선수다."

우승을 5차례나 경험했고 17시즌이나 뛴 친정팀에서 방출됐다. 같은 포수 출신으로서 이재원(36·한화 이글스)의 가치를 알아봤고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될 선수라고 판단했다.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경문(66) 감독 지도 하에 다시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이재원은 왜 사령탑이 그렇게 말했는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이재원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2006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 입단해 18시즌째 뛰고 있는 이재원이지만 최근 3년간은 어두운 길을 걸었다.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후 주축으로 팀의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는데 2022년 이후 급격한 부침을 겪었다.

한화 이글스 이재원이 12일 두산 베어스전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이재원의 3안타 경기는 2021년 9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2022년 105경기에서 타율 0.201로 부진했던 그는 지난해 단 27경기에만 나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방출을 요청했다. 사실상 방법이 없었다.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고 이재원은 새 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을 택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4년 69억원의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렸던 이재원이지만 올 시즌 연봉은 5000만원. 사실상 돈보다는 명예 회복, 커리어 반등을 위해 백의종군을 택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족한 경험을 메워줄 수 있는 베테랑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정작 타선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최재훈의 백업포수'라는 제한된 역할 속에 부진이 이어지자 2군에 내려갔다. 5월 내내 퓨처스에만 머물렀다.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최원호 감독의 후임으로 김경문 감독이 부임했다. 취임 기자회견부터 베테랑 중용 의사를 나타낸 김 감독은 지난 9일 이재원을 콜업했고 기회가 찾아왔다. 전날 최재훈이 주루 과정 중 다리에 불편함을 느껴 대타로 출전한 이재원은 멀티히트를 날렸고 도루 저지까지 성공했다.

12일 경기에선 선발 출전했고 팀 타선을 이끄는 맹타를 휘둘렀다. 3회엔 도루 1위 조수행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재원이 12일 두산전 안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보답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포수는 훈련이 힘들지만 한 번 주전 자리를 잡으면 몸 관리만 하면 오래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포수라는 자리가 연륜이 필요하다. 어릴 때보다 과감성은 좀 떨어져도 많이 알고 있고 있을수록 좋은 자리"라고 이재원과 최재훈 두 포수를 칭찬했다.

포수로서 현역 생활을 마친 김경문 감독이기에 누구보다 포수의 중요성과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 힘겨운 과정 끝에 한화에서 백업 포수 역할을 맡고 있는 이재원에 대해 "재원이는 야구를 잘했던 선수이지 않나. 끝을 그렇게 서운하게 끝내면 안 될 선수"라며 "여기서 조금 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분발하게 시킬 생각이다. 제가 볼 때는 치는 것이나 송구도 보니까 충분히 더 할 수 있겠더라. 저에게도, 팀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향후 기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재훈이가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고 이재원 선수도 류현진 선수와도 그렇고 이전에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더라"며 "지금은 이재원 선수도 기용을 같이 해서 최재훈 선수도 보호를 하고 이재원 선수를 쓰다가 완전해질 때 최재훈 선수를 다시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단 이번 부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시즌 내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취재진과 만난 이재원은 김경문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에 대해 "상상도 못했다. 시작을 김성근 감독님과 5년을 했고 말년은 김경문 감독님과 하게 됐다"고 웃으며 "나이가 먹다 보니 기대치도 떨어지고 '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주위에서 많이 하다보니 저도 위축됐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이고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걸 기사를 통해 봤는데 그러다 보면 선수는 '그래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가짐이 든다. 앞으로도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감독님이 계시는 한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커졌다. 책임감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중 선수단을 독려하는 김경문 감독.
10경기에서 타율 0.294, 대타 타율은 0.429, 도루 저지율은 28.6%로 최재훈(26.7%)에 비해 더 좋았다. 백업포수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들뜨지 않았다. 이재원은 "제가 좋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시기상조인 것 같고 결과가 꾸준하게 나오면 그때는 '느낌이 와서 이게 괜찮을 것 같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화 이재원'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 팀에 배우려고 왔다. 수많은 걸 배웠고 우승도 하고 성적도 많이 좋은 적도 있었는데 이 팀에선 새로운 걸 배우려고 왔고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며 "이전 팀에서 배웠던 볼배합도 있고 여기서의 볼배합도 있고 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걸 배우려고 왔는데 즐겁게 하고 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야구를 조금 더 하고 싶었고 그래서 전 팀에 미안한감이 많이 있고 여기서만큼은 잘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주전 포수는 재훈이가 있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맞춰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팀의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어야 팀에 기둥에 선다. 그래서 재훈이엑 항상 그런 책임감을 얘기를 하고 저는 확실하게 도와주겠다고 말한다"며 "그래서 서로 시너지가 나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서로 한 경기를 하면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자고 얘기를 많이 한다. 그래도 어렵고 지면 힘든 포지션이기에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플라이 타구를 잡아내고 있는 이재원.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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